ⓒ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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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악기를 배우면 단순히 음악적 능력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세밀한 운동 능력, 언어 습득, 기억력 강화 등 뇌 기능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Aarhus University) 연구팀이 통증 분야 국제학술지 'PAIN'에 발표한 연구는, 음악 훈련이 뇌의 통증 처리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음을 밝혀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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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자들이 통증에 강한 이유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과학자들은 연주자들이 수천 번의 반복 동작으로 인한 통증에도 훈련을 지속하는 점에 주목했다. 음악 훈련이 뇌를 다방면으로 변화시킨다면, 통증을 느끼고 대처하는 방식에도 차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것이다.

통증은 본래 신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신호다. 예를 들어 뜨거운 냄비에 손을 댔을 때 통증이 없으면 큰 화상을 입게 된다. 통증은 즉각적으로 근육을 제어하는 운동 피질의 활동을 줄여 손상 부위를 과도하게 쓰지 않도록 막는다. 그러나 이런 억제 신호가 장기간 이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뇌의 '신체 지도(body map)'가 축소되고, 움직임은 위축되며, 통증은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

◆ 훈련이 만든 뇌의 회복력

연구팀은 음악 훈련에 따른 뇌의 통증 반응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전문 연주자와 비연주자 총 4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신경 성장 인자(NGF)라는 단백질을 손 근육에 주입해 며칠간 근육통을 유발한 뒤, 경두개 자기자극(TMS) 기법을 이용해 참가자의 뇌에서 손을 제어하는 운동 지도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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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결과는 뚜렷했다. 연주자들은 비연주자보다 통증을 덜 느꼈으며, 뇌 속의 손의 운동 지도로 불리는 ‘신체 지도’도 변하지 않았다. 반대로 비연주자는 통증 유발 후 불과 이틀 만에 신체 지도가 축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습 시간이 길수록 뇌의 신체 지도는 더욱 정교하게 유지됐으며, 통증 내성도 높았다.

이번 연구는 음악 훈련이 단순히 기술 향상에 그치지 않고, 뇌가 통증을 처리하는 방식까지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이 만성 통증을 치료하는 수단은 아니지만, 장기간의 훈련이 뇌의 회복력과 통증 대처 능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팀은 "음악 훈련이 통증 시 주의력과 인지 기능 변화도 막아줄 수 있는지 추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 같은 뇌의 재훈련 가능성이 새로운 만성 통증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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