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임미희 교수, 김민근 박사, 이영호 박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왼쪽부터) 임미희 교수, 김민근 박사, 이영호 박사.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타우 단백질이 단순히 병리 생성에 기여하는 것이 아니라, 아밀로이드 베타의 응집과 독성을 완화할 수 있는 분자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이해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했다." (KAIST 임미희 교수)

한국 연구진이 알츠하이머병의 두 핵심 병리 단백질인 타우와 아밀로이드 베타가 실제로 직접 결합해 독성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분자 수준에서 규명했다. 이번 성과는 알츠하이머병 병태생리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는 한편, 조기 진단용 바이오마커 발굴과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 타우-아밀로이드 베타 직접 결합 규명

KAIST 화학과 임미희 교수 연구팀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이영호 박사 연구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뇌과학연구소 연구진은 공동으로, 타우 단백질의 미세소관 결합 영역(microtubule-binding domain)이 아밀로이드 베타와 직접 상호작용해 응집 경로를 변화시키고 세포 독성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타우 미세소관 결합 영역과 상호작용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리학적 특성 변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타우 미세소관 결합 영역과 상호작용에 의한 아밀로이드 베타의 병리학적 특성 변화.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KAIST

알츠하이머병은 신경세포 내부의 타우 단백질 응집(신경섬유 다발)과 신경세포 외부의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아밀로이드 플라크)이 동시에 관여하는 대표적 신경퇴행성 질환이다. 두 단백질의 직접적 상호작용 가능성은 제기됐으나, 그 효과를 분자 수준에서 입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타우 단백질의 반복 구조(K18, R2, R3 등)가 아밀로이드 베타와 결합해 이종 복합체를 형성하고, 이 과정에서 아밀로이드 베타가 독성이 강한 섬유 구조 대신 독성이 낮고 덜 단단한 응집체를 형성하도록 경로가 바뀌는 것을 확인했다.

◆ 독성 완화 메커니즘과 치료 전략 가능성

타우의 특정 반복 구조는 아밀로이드 응집의 초기 핵 형성 단계를 지연시키고, 응집 속도와 구조적 형태를 동시에 변화시켜 세포 독성을 낮췄다. 연구팀은 분광학, 질량분석, 열량측정법, 핵자기공명(NMR) 등 정밀 분석 기법과 세포 기반 독성 평가를 결합해, 타우-아밀로이드 상호작용의 구조적·기능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규명했다.

이 과정에서 타우 단백질이 친수성과 소수성을 동시에 지닌 균형적 성질을 가질 때 아밀로이드 베타와의 결합력이 높아지고, 그 결과 응집 경로와 독성 조절 능력이 결정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KBSI 이영호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난치성 신경퇴행성 질환의 발병과 진행을 이해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했다"며 "단백질 응집과 분자 간 상호작용에 기반한 융합연구는 치매뿐 아니라 파킨슨병, 당뇨, 암 등 여러 질환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도 중요한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과는 KAIST 화학과 김민근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해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 IF 13.7)' 8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 치매 치료·진단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

연구팀은 이번 성과가 알츠하이머병 발병 원인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동시에, 단백질 응집 기반 신경퇴행성 질환의 치료 표적과 바이오마커 발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세종과학펠로우십 지원과 함께 KBSI, KIST 공동연구를 통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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