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사해(Dead Sea) 바닥에 수 킬로미터 규모로 겹겹이 쌓인 거대 소금층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그 해답이 처음으로 제시됐다.
국제학술지 '유체역학 연례학술지(Annual Review of Fluid Mechanics)'에 실린 이번 연구는 현장 관측, 실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소금층 형성 과정을 세밀하게 재현하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캠퍼스의 기계공학자 에카르트 마이부르크(Eckart Meiburg) 교수와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 지질학자 나다브 렌스키(Nadav Lensky) 교수가 공동 수행했다. 연구팀은 "사해가 지구 표면 최저점에 위치하고, 염분 농도가 매우 높아 소금층 생성 과정을 현재진행형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라고 강조했다.
◆ 여름에도 내리는 '소금 눈'
그동안 소금층은 겨울철에만 형성된다고 알려졌지만, 이번 연구는 여름에도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여름철에는 수면의 물이 강하게 증발해 염도가 높아지고, 식은 물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표층에서 소금 결정이 생성된다. 이 미세 입자들이 '소금 눈'처럼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져 두꺼운 층을 만든다.
수온과 염도 변화에 따라 입자의 크기, 가라앉는 속도, 층의 두께가 달라졌으며, 이런 차이가 장기간에 걸쳐 거대한 소금층의 구조를 결정한다. 렌스키 교수는 "사해는 대규모 소금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보고 연구할 수 있는 전 세계 유일한 장소"라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사해 소금층은 증발→냉각→침강→결정 생성→바닥 퇴적이라는 순환 과정을 사계절 내내 반복하며 형성된다. 이 메커니즘이 쌓이고 쌓여 오늘날과 같은 거대 구조물이 완성된 것이다.
◆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단서
사해의 수위는 매년 약 1m씩 낮아지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수위 변화와 소금 생성 과정을 통해, 전 세계 다른 호수와 내해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환경 변화를 예측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백만 년 전 지브롤터 해협이 닫히며 지중해 수위가 급락하고 염도가 높아졌다가, 다시 열리며 회복된 사건도 이번에 규명된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는 현재 사해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통해 과거 바다의 모습을 재구성하고,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특정 지역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소금 퇴적층의 기원 해석과 미래 수위 변화 예측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