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만약 지금 이 순간부터 인류가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우리는 얼마나 오래 생존할 수 있을까.
지나친 상상처럼 들릴 수 있지만, 뉴욕주립대 인류학자 마이클 A. 리틀(Michael A. Little) 교수는 호주의 비영리 학술매체 '더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기고한 글에서 이 극단적인 가정을 바탕으로 과학적 예측을 제시했다.
출산율 0% 시나리오에서 인류는 빠르면 100년, 늦어도 200년 안에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시나리오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사회 전체의 붕괴 가능성을 경고한다.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 우리가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
◆ 시간이 멈춘 사회: 인류 노화의 타임라인
출산이 완전히 멈추고 15년이 지나면, 세상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은 사라진다. 모든 아이는 십 대가 되고, 학교는 문을 닫는다. 아동복과 장난감 산업도 함께 자취를 감추며, 사회는 마지막으로 태어난 세대인 젊은 성인을 끝으로 급속히 노화한다.
50년이 지나면 인류 절반 이상이 사망한다. 생존자 대부분은 60세 이상 고령층이며, 노동력 부족과 노인성 질환으로 의료 시스템은 마비된다. 생산 기반도 함께 무너지며, 사회 기능은 급격히 약화된다.
100년이 되면 남은 인구는 거의 모두 80세 이상의 고령자다. 젊은 세대가 사라진 사회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고, 생존에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붕괴된다. 이 시점에서 인류는 사실상 종말 단계에 접어든다.
200년 후, 극소수의 100세 이상 생존자가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인류는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먼저 무너지는 건 사회 시스템
리틀 교수는 출산 중단으로 인한 인류 멸종이 단지 인구 통계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사회 시스템이다. 생산, 돌봄, 의료, 통신, 에너지 등 필수 인프라가 유지되지 못하고, 국가 기능 역시 정지된다.
그는 "생존 인구가 남아 있더라도 젊은 세대가 존재하지 않으면 문명은 붕괴한다"며 "출산이 멈춘다는 것은 단지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잇는 연결 고리가 끊기는 것이며, 이는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극단적인 시나리오는 실제로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현재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에 강력한 경고를 던진다. 많은 국가들이 이미 합계출산율 2.1명 이하의 상태에 진입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인구 감소와 사회 활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리틀 교수는 "생식 활동의 중단이 인간 사회를 어떤 방식으로 붕괴시킬 수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저출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통찰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