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병에서 최대 50배…'친환경'이라는 착각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유리병에 담긴 음료에서 가장 많은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안전청(ANSES) 소속 연구팀이 밝힌 내용이다.

연구팀은 프랑스에서 시판 중인 20여 종의 음료를 대상으로, 용기 종류에 따라 미세플라스틱 오염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비교했다. 그 결과 유리병에 담긴 청량음료, 레모네이드, 아이스티, 맥주 등에서는 1리터(ℓ)당 평균 약 100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이는 플라스틱병이나 금속 캔, 종이컵에 비해 최대 50배에 달하는 수치다.

참고로, 분석에는 나노플라스틱이 아닌 수 마이크로미터 이상의 비교적 큰 입자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다른 연구에서 보고된 수십만 개 수준의 오염 수치와는 단순 비교가 어려울 수 있다. 연구팀 역시 절대량보다는 용기 재질에 따른 상대적 차이에 분석의 초점을 맞췄다.

연구팀은 유리병이 친환경적이라는 기존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더 많은 미세플라스틱 오염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또 같은 유리병이라도 생수나 와인처럼 비교적 단순한 성분의 음료에서는 검출량이 훨씬 적었다. 생수는 유리병에서 1리터당 평균 4.5개, 플라스틱병에서는 1.6개였으며, 와인에서는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차이는 단순히 용기 때문만은 아니며, 음료의 성분이나 산도, 제조 방식 등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다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식품 성분 및 분석 저널(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Food Composition and Analysis

◆ 오염원은 병이 아니라 '뚜껑'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실은, 유리병 자체보다는 '병뚜껑'이 주요 오염원이라는 점이다.

대부분의 유리병은 금속 재질의 뚜껑으로 밀봉되며, 표면에는 브랜드 로고나 문양을 인쇄하기 위한 폴리에스터계 도료가 사용된다. 연구팀은 음료 속에서 발견된 미세입자의 색, 모양, 화학 조성이 병뚜껑 도료와 일치함을 확인했다.

이는 병이 서로 부딪히는 보관 및 유통 과정에서 마찰로 인해 도료가 벗겨지고, 그 일부가 음료 속으로 혼입된 결과로 해석된다. 도료 표면에는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흠집이 다수 존재했고, 이것이 입자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이처럼 유리병이 반드시 더 안전하거나 친환경적인 선택이 아닐 수 있음을 이번 연구는 시사한다.

◆ 건강 영향은 아직 불확실…그러나 방심은 금물

현재까지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직접적인 해를 준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지만, 일부 연구에서는 체내 염증 반응이나 세포 기능 교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수 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극미세 입자는 장벽을 통과해 혈류나 장기에 도달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독성 기준이나 허용량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없는 만큼, 가능한 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세플라스틱 노출의 주요 경로 중 하나로 음료를 지목했으며, 용기만으로 안전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구조적 개선 없이는 소비자의 선택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경고다.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