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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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일랜드에서는 1845년부터 1849년까지 감자 대기근이 발생해 많은 사람들이 아사 또는 병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초유의 대재앙이 일어난 요인에 대해 해외 미디어 더 뉴요커 (The New Yorker)가 설명했다.

'감자 대기근'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주원인은 1845년부터 1849년에 걸쳐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감자 잎마름병 발생에 의한 감자 부족이었다. 아일랜드에서는 빈곤층 등을 중심으로 감자가 주식이었고, 184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4분의 1 이상인 약 270만 명이 감자를 주식으로 먹었다.

당시 아일랜드에서는 불과 4000명 미만의 지주가 아일랜드 토지의 약 80%를 소유했는데, 지주 대부분은 17세기 가톨릭 소유자로부터 토지를 몰수한 잉글랜드 거주 개신교 후손이었다. 이들 지주는 토지를 아일랜드 소작인에게 빌려주고 고액을 징수했으며, 토지세는 농장에서 판매 가능한 생산물의 전체 가치와 맘먹는 수준인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아일랜드에서는 그 시기 250만 마리 이상의 소, 220만 마리의 양, 60만 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었지만, 식량 대부분이 잉글랜드의 급성장하는 공업 도시로 수출됐다. 그 결과 아일랜드는 만성적인 빈곤에 시달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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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5년 감자 흉작으로 수많은 아일랜드인들이 굶주림에 처하자 로버트 필 영국 수상은 1846년 기아 구제를 위해 미국에서 대량의 옥수수를 수입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옥수수를 무료 배포가 아닌 유상으로 아일랜드에 판매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러한 정책의 이면에는 "무상 식량 제공은 아일랜드인의 게으름을 조장한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한다. 

1846년 7월 감자 흉작이 한층 광범위해진 상황에서 영국에서는 자유무역 원칙을 강조한 존 러셀 정권이 탄생했다. 러셀 정권은 자유 시장에 대한 부당한 개입으로 여겨진 옥수수 수입 방침 대신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한 대규모 공공사업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러나 아일랜드인에게 주어지는 임금은 '노동시장의 혼란을 막는다'는 이유로 기존 저임금 노동자보다 낮게 책정됐다.

결국, 기아와 질병으로 이미 쇠약해진 아일랜드인들은 가족 부양에 충분하지 않은 임금으로 중노동을 해야만 하는 비참한 상황을 맞았다. 또 많은 지주가 당시의 위기를 이용해 토지를 수익성이 더 높은 목초지로 전환하기 위해 아일랜드 소작인들을 내쫓기도 했다. 

이러한 극한의 상황이 겹치면서 아일랜드에서는 1845년부터 1849년에 걸쳐 약 100만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병으로 사망했으며, 약 150만 명이 미국과 캐나다로, 수십만 명이 영국과 호주로 이주했다. 당시 대기근으로 인한 사망자와 이민으로 인해 현대까지 아일랜드의 인구는 1841년보다도 적은 수준이 이어지고 있다. 

감자 대기근은 언어에도 영향을 미쳐 아일랜드는 사회 변화 속에 아일랜드어에서 영어로의 변화가 급속히 촉진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Wikip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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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은 정치적 해결이 필요한 인간이 유발한 문제다. 1840년대 감자 흉작이 이처럼 막대한 영향을 미친 배경에는 영국 사회에 뿌리내린 아일랜드인에 대한 강한 편견이 자리한다. 당시 영국에는 '아일랜드의 빈곤은 아일랜드인의 도덕적 결함이 요인'이라는 강한 신념이 존재했으며, 감자 재배가 단순하다는 이유로 '감자에 의지하는 아일랜드인은 적극적이지 않고 게으르며 돈벌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여겨졌다. 또 감자 흉작은 아일랜드인의 육식을 늘려 임금 노동자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도 있었다.

끔찍한 대기근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당시 영국 정부에 대해 일각에서는 인도적인 위기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적절한 대책이 미흡했다는 비판을 한다. 미국 뉴욕주에서는 감자 대기근에 대해 '제노사이드(Genocide)*와 유사한 인권 침해'라고 교육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제노사이드: 천부적 혹은 사회적 요소를 들어 특정 인류 집단을 고의적 및 제도적으로 말살하는 행위 또는 그러한 시도를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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