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P통신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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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문학작품을 읽고 쓰는 일은 필연적으로 생명을 파괴하는 모든 행위에 반대하는 일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감 中)

10일 오후 4시(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진행된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53)은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16년 5월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지 10년도 채 되지 않아 이룬 의미 깊은 성과다.

◆ K-문학에 새 지평

한국인의 노벨상 수상은 2000년 평화상을 받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은 두 번째로, 여성 작가로서는 역대 18번째이며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 수상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수상자로 발표했을 당시 그의 작품 세계를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한강은 검은색 이브닝드레스를 입고 노벨상을 의미하는 블루 카펫을 밟았다. 스웨덴 한림원 종신위원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문학 부문 시상 연설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진실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녀의 작품세계를 평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외신들은 한류 전반의 글로벌 영향력이 문학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을 지적했다. 

AP 통신은 "한강의 소설은 인간으로서의 고통과 격동 속 한국 역사의 상처를 그려낸다. 현대사의 잔혹한 순간을 담은 실험적이고 때로는 충격적인 이야기로 유명하다"고 소개했다. 

영국 BBC는 "그녀의 작품은 폭력, 슬픔, 가부장제 등 다양한 장르를 탐구함으로써 경계를 넘나든다"고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한강의 수상 소식에 "예기치 못한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K팝과 K컬처가 K문학으로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풍부한 저변에도 불구하고 그간 한국 문학은 일본과 중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것이 사실"이라고 전한 바 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obel Prize's official Facebook p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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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주의와 인권 가치 재조명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건너 계속해서 우리에게 되돌아오는 현재형이에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 중)

한 작가가 태어난 광주는 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재조명되고 있으며, 대표작인 '소년이 온다'는 이번 국내 비상계엄 사태와 맞물려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계기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한 소설가가 광주를 불멸로 만들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 국민 앞에 나서서 계엄령을 선포했을 때, 가장 깊이 분노한 곳은 광주였다. 광주는 피로 치러진 저항의 생생한 기억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올해 노벨 문학상이 운명적인 광주 민주화운동을 바탕으로 한 '소년이 온다'를 집필한 광주 출신 작가 한강에게 수여되었을 때, 광주 시민들은 눈물을 흘리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리를 지르고, 오랫동안 갈구해 온 확인과 인정을 받았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부연했다. 

한강은 스웨덴의 공영 방송사 SVT와의 인터뷰에서 '소년이 온다’ 집필 과정에 대해 "모든 조각을 모으고 싶었다. 해당한 사람들의 일기를 읽었고, 이는 생존자로서의 죄책감이었다. 어떤 사람은 저나 제 가족 대신 죽었을 수도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주요 작품 대부분은 한국 현대사에 새겨진 여러 비극을 따뜻한 관점에서 바라보며 국가적 트라우마에 맞선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사회 문제와 마주하며 창작한 소설 '소년이 온다'와 '작별하지 않는다'는 각각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사건을 심도 있게 그려내면서도 일관되게 ‘회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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