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환자 자신의 줄기세포 이식을 통해 인슐린을 생성하도록 하는 치료법으로 제1형 당뇨병을 극복한 사례가 세계 최초로 보고됐다.
중국 베이징대와 난카이대 공동 연구팀은 "환자 유래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에서 인슐린을 합성하는 세포를 만들어 이식해, 인슐린 투여 없이 거의 완전히 혈당 조절이 가능한 수준으로 치료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Cell)'에 게재됐다.
제1형 당뇨병은 면역체계가 인슐린을 생산하는 췌장 내 세포를 공격해 인슐린을 거의, 혹은 전혀 분비할 수 없게 되는 질환이다. 치료 방법으로 기증자의 췌장에서 췌도를 떼어내 환자 간에 이식하는 '췌도 이식'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기증자가 충분치 않고 환자의 몸이 기증자의 세포를 거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써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줄기세포 기반의 치료법은 모든 조직의 실험실 배양이 가능해 췌도 이식의 무한한 공급원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면역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베이징대 세포생물학자인 홍쿠이 덩 교수 연구팀은 제1형 당뇨병 환자 3명의 췌도에서 세포를 추출한 뒤 화학물질 처리를 거쳐 원시세포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로 만들었다. 이어 정밀하게 분화 과정을 제어해 환자 세포에서 다시 췌도 세포 150만 개로 구성된 조직을 만들었다.
2023년 6월 진행된 첫 이식 수술에서 불과 30분 만에 150만 개의 췌도 세포가 한 여성 환자(25세)의 복부에 이식되었다. 통상적으로 간에 이식이 이루어지는데 경과를 지켜보고 필요한 경우 제거가 쉽도록 복부 이식이 결정됐다.
이식 75일째부터 여성은 외부 투여 없이 생활하기에 충분한 인슐린을 분비했으며, 이후 1년 이상 부작용 없이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다. 또 급격한 변화 없이 하루 중 98% 이상 목표 범위 내에 혈당 수치가 머물렀다.
논문을 검토한 교토대 당뇨병 전문가인 야베 다이스케 교수는 "놀라운 일이다. 확대 응용할 수 있다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대에서 제1형 당뇨병 연구를 하고 있는 제이 스카일러 교수는 "이 여성의 당뇨병 환치를 판단하려면 최대 5년간 인슐린을 계속 생산할 수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여성은 이미 이전 이식 수술에서 면역억제제를 투여한 적이 있어,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거부반응에 대한 위험을 줄였는지는 평가할 수 없었다.
덩 교수는 "다른 참가자 2명의 경과도 매우 긍정적이며, 오는 11월 이식 1년의 고비를 맞이한다. 향후 임상 대상을 10~2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