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직립 2족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무릎은 인간의 특징적 기관 중 하나지만, 나이가 들수록 통증이 늘고 움직임이 어려워지는 부위이기도 하다. 인간의 무릎 진화에는 복잡한 역사가 존재하며 통증을 느끼거나 다치기 쉬운 원인도 그 역사에 있다.
호주 비영리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에 따르면 무릎은 초기 인류의 직립보행을 가능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호모 사피엔스와 멸종된 유전적 동족(호모에렉투스·네안데르탈인 등)을 구별할 수 있는 기관이다.
하지만 인간의 조상은 놀랍게도 관절병 등 무릎 통증으로 고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6000년 전까지 살았던 수렵채집민 유골을 분석한 2017년 연구에서 현대에는 45세 이상인 사람의 3분의 1 이상이 겪는 '변형성무릎관절증'이 과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에 따르면 현대 인간이 직면한 무릎 문제 대부분은 산업화 사회의 앉아서 생활하기 쉬운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발생률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마이클 바텀 교수 연구팀은 최근 영국 왕립학회 회보 B: 생물학(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발표한 논문에서 "관절을 안정시키고 보호하는 근육이 약해지고 뼈의 마찰을 완화시키는 연골이 비교적 약해진 것은 인간이 이전보다 훨씬 운동을 하지 않게 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과거 연구에서 요통의 경우도 가벼운 운동을 통해 통증을 완화하거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무릎에는 아직 완전히 규명하지 못한 복잡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종자골(Sesamoid bone)이라는 작은 뼈로, 진화·성장·발달·종에 따른 유무 존재 이유 등에 대해서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바텀 교수 연구팀은 인간을 제외한 93종의 영장류 종자골을 대상으로 진화와 발달에 대해 계통적 조사를 진행했다.
비교분석 결과, 종자골 유무는 고도로 구조화돼 있으며 계통발생학적으로 어떤 신호가 포함되어 있음이 드러났다. 즉, 특정한 움직임 혹은 환경 변화에 맞춰 무릎이 진화한 것이 아니라, 가령 몸의 크기·기관 배치 등 다른 정보가 종자골 유무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유인원과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 집단인 호미노이드(사람상과) 기원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운동량 저하와 함께 영양 섭취량이 늘어나면서 키와 체중이 증가한 사실도 무릎 종자골의 독특한 진화에 영향을 미쳐 관절염 발병이 쉬워진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바텀 교수는 "무릎은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맞게 진화한 것이 아니라 원래 걷는 데 도움이 됐던 뼈가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심각해지는 무릎 문제의 원인이 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느끼는 무릎 통증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진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