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항생제를 복용하면 장내 유익한 균까지 사멸하기 때문에 항생제와 함께 정장제가 처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캠퍼스 연구팀이 대장균과 살모넬라균 등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그람음성균(gram-negative bacteria)을 파괴하고 그 이외의 무해한 상재균(resident flora)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항생물질 '롤라마이신(lolamicin)'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독성이 강하며 항생제에 대한 빠른 내성을 획득하는 그람음성균은 '의료의 악몽'으로 여겨지고 있다. 콜리스틴 등 그람음성균만을 표적으로 하는 항생물질도 있지만, 그람음성균 중에는 무해하거나 유익한 균도 있어,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면 병원균의 번식을 막는 장내세균총까지 파괴될 수 있다.
그람음성균이 항생제에 강한 이유 중 하나는 외막과 내막이라는 이중 방어벽에 있다. 이에 연구팀은 방어 시스템의 존재를 역으로 취한 항생물질을 개발했다.
롤라마이신은 그람음성균을 보호하는 막의 생성에 중요한 리포단백질을 수송하는 '롤(Lol) 시스템'을 저해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그람양성균에는 거의 전혀 영향을 주지 않다.
아울러 병원성 그람음성균과 그 이외의 그람음성균의 롤 시스템에 존재하는 차이를 이용해, 연구팀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그람음성균만을 겨냥하는 항생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의 크리스틴 무뇨스(Kristen A. Muñoz) 일리노이대 교수는 "그람양성균에는 외막이 없기 때문에 롤 시스템도 없다. 또 병원성 그람음성균과 유익한 그람음성균의 롤 시스템은 크게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롤라마이신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험실 내에서 배양한 병원성 그람음성균에 롤라마이신을 사용했다. 그 결과, 130주 이상의 다제내성균에 항균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제내성균은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세균이다.
내성균에 감염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롤라마이신을 투여한 쥐는 모두 생존했지만, 투여하지 않은 쥐는 3일 안에 87%가 사망했다.
또 일반적인 항생제를 투여한 쥐는 장내세균총이 파괴되고 항균제 투여 후 증식해 설사 등을 일으키는 '클로스트리디오이데스 디피실(C. difficile)'에 감염된 반면, 롤라마이신을 투여한 쥐는 감염되지 않았다. 이는 롤라마이신이 장내세균총을 보호하고 2차 감염도 막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롤라마이신은 동물 실험에서 우수한 결과가 나왔지만, 인간 임상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되고 승인에 이르기까지는 통상적으로 10~20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실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무뇨스 교수는 "롤라마이신의 평가 과정은 아직 많이 남아있지만, 이 약의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