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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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일상에서 느낀 짜증과 분노를 일기장에 적거나 SNS에 올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분노를 느낀 상황을 종이에 적은 후, 그 종이를 구겨서 버리거나 파쇄하면 부정적 감정이 거의 사라진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tific Repo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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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에서는 헤어진 연인의 물건을 태우거나 파괴하면 실연 상대에 대한 분노 감정을 잊을 수 있게 되는 등, 부정적인 감정과 결부된 물건을 버림으로써 해당 감정에서 벗어나는 '분리' 접근법의 유효성이 시사되고 있다. 

하지만 종이에 쓰고 버리는 더 쉬운 방법을 검증한 연구는 없었다. 이에 일본 나고야 대학 대학 카와이 노부유키 교수 연구팀은 분노 상황을 종이에 써서 폐기하면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대학생 참여자에게 공공장소에서의 흡연 등 사회문제를 주제로 한 에세이를 쓰도록 요청했다. 이후 제출된 에세이에 대해 "교양 있는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 당신이 대학에 있는 동안 무언가를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혹평해 작성자를 불쾌하게 만들었다.  

그 후, 자신의 에세이가 폄하된 뒤 느낀 기분을 가능한 객관적으로 종이에 적어달라고 요청하고, ▲종이를 구겨 휴지통에 버린 그룹(실험1) ▲종이를 분쇄기로 처리한 그룹(실험2) ▲투명한 플라스틱 상자에 넣어 보관한 그룹(대조군)으로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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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감정 척도 검사 중 하나인 파나스(PANAS, Positive and Negative Affect Schedule) 기법을 활용해 참가자의 기분 상태를 파악했다. '실험 시작 전' '도발(혹평) 후' '종이에 쓴 후' 3회로 나누어 분노를 측정하고 비교한 결과, 종이를 처분한 그룹은 분노가 거의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가 파나스(PANAS)로 평가한 '분노점수(1~6)' 추이를 나타낸 그래프다. 왼쪽이 종이를 구겨 휴지통에 버린 '실험1'이고, 오른쪽이 분쇄기로 처리한 '실험2' 그래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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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실험 모두 분노를 적은 종이를 처분한 그룹(Disposal)은 분노가 '안정(Baseline)' 수준까지 낮아진 반면, 종이를 보관한 그룹(Retention)은 여전히 부정적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쓰레기통에 버릴 때와 파쇄할 때의 효과는 비슷했다. 

카와이 교수는 "우리는 이 방법이 분노를 어느 정도 억제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분노가 거의 사라지는 결과는 놀라웠다"면서 "분노를 느낀 원인과 현재의 기분을 종이에 적고 이를 폐기하는 행위가 화를 가라앉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이 '역방향 주술감염(backward magical contagion)' 현상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역방향 주술감염'이란 개인과 얽힌 물체에 행해진 행동이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신념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직장이나 가정에서 쉽게 분노를 억제할 수 있는 이 방법은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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