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아동 발달 위험 높이는 부정적 영향만 존재할 뿐"....20년 연구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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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체벌이 아이 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는 다양하다. '유소년기 자녀의 교육을 위해 체벌을 하면 아이는 사회 적응성 및 언어·운동능력 발육이 늦어지기 쉽다'는 연구와 '호통을 치고 꾸짖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우울증으로 이어진다'는 심리학 연구 등이 보고되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 대학 연구팀이 캐나다의학협회저널(CMAJ)에 과거 20년간의 연구 변천사를 정리하고 '자녀 체벌에 관한 위험성과 효과'의 결론을 재확인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아동임상심리학자인 조언 듀랜트(Joan Durrant) 매니토바대 박사는 1990년부터 2012년까지 20년간 공개된 체벌 관련 연구를 분석해 아동 성장과 체벌에 대한 연관성을 정리했다. 듀랜트 박사에 따르면 1990년 체벌을 법으로 금지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했지만, 2000년경 관련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31개국이 아동 체벌을 금지하는 법률을 제정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아동에 대한 체벌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졌고 개념적으로 신체적 학대와 구별되는 행동 순응을 이끄는 적절한 방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체벌과 아동 공격성, 비행 및 노년의 배우자 폭행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머레이 A. 스트라우스 미국 뉴햄프셔대 박사가 1991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체벌을 받은 아이는 공격적 성격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공격적인 자녀에게 체벌이 강해지는 경향이 있어 '체벌로 인해 공격적이 되었는지, 공격적이었기 때문에 체벌이 이루어졌는지'가 모호해, 체벌과 아이 발달에 직접적 관련성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스트라우스 박사는 다른 연구에서도 체벌에 관한 유사한 연쇄이론을 강조했으며, 미국 노바사우스이스턴대 네이선 아즈린(Nathan Azrin) 박사 연구팀은 다람쥐원숭이를 이용한 실험에서 혐오 자극이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텍사스 주립대 루이스 페어차일드(Louis Fairchild) 박사 연구팀은 아이에게 체벌 영상을 보여준 뒤 인형놀이를 하면 공격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하는 등 연구자들은 체벌과 아이의 공격성을 연결하는 메커니즘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한편, 인과관계를 과학적 연구에서 보여주는 일반적 방법인 '무작위화 대조시험'을 체벌에 적용한다면 실제 자녀를 체벌하고 반응을 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적용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1990년대에는 체벌을 줄이는 효과는 연구할 수 있지만, 체벌을 가하는 효과를 연구할 수는 없다고 여겼다. 그 결과 윤리적인 범위 내에서 인과관계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체벌 요인을 가진 그룹을 추적해 영향을 측정하는 '전향적 연구(Prospective cohort study)'를 설계하고, 보다 세련된 통계 모델링 기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고 듀랜트 박사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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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실시된 대규모 전향적 연구는 뉴햄프셔 대학 연구팀이 1997년에 발표한 것으로 6세에서 9세 사이의 자녀를 둔 807명의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 6세부터 9세까지의 자녀에게 주어진 체벌은 2년 후 자녀의 반사회적 행동의 수준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미국 캘빈대 연구팀도 부모 및 자녀의 연령·인종·가족 구성 등에 관계없이 체벌이 자녀의 공격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내렸다.

또 2002년에는 획기적인 메타분석이 이루어졌다. 이전에 진행된 체벌과 아동 공격성에 관한 27개의 연구를 분석해 모두 유의미한 연관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해당 메타분석 이후에도 유사한 연구 결과가 나타났으며, 일관되게 신체적 체벌과 아이 행동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2000년경부터는 체벌의 악영향에 대해 아이의 공격성 증가뿐 아니라, 성인기 정신적 건강 등으로 시점을 넓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1999년 CMAJ에 발표된 캐나다 대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 소아기에 엉덩이 등 신체 일부를 맞은 경험과 정신장애 유병률과의 연관성이 나타났다. 다른 연구에서도 동일한 결론이 반복되면서, 체벌은 우울증·불행·불안·절망감·약물 및 알코올 의존, 일반적인 심리적 부적응 등 어린 시절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보편화됐다.

그 밖에 체벌에 대한 개념에 큰 변화를 준 요인으로 듀랜트 박사는 '전통적인 체벌과 학대의 이분법'에 관한 연구를 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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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캐나다에서 실시된 학대 및 방임 발생률 조사에서는 아동에 대한 신체적 학대의 75%가 본래는 교육으로서의 체벌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에서 실시된 또 다른 대규모 연구에서도 부모로부터 엉덩이를 맞은 아이는 엉덩이를 맞은 경험이 없는 아이보다 부모로부터 체벌을 넘어선 심한 폭행을 당할 가능성이 7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듀랜트 박사는 "부모의 능력과 심리적 건강이 자녀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실을 인정하고, 부모에게 지원과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체벌과 자녀의 반사회적 행동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연구에서 신체적 체벌이 광범위하고 영속적인 부정적 발달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적 체벌이 아동 발달상 건강을 향상시킨다는 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신체적 학대는 체벌의 취지로 발생한다"며 위험성밖에 없는 체벌이라는 수단을 취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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