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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영·유아 때부터 말을 많이 거는 것이 언어 능력의 발달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유소년기에 어른과 대화한 횟수가 향후 인지 능력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다. 

유아에게 말을 많이 거는 것이 뇌 발달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영국 이'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Journal of Neuroscience)에 발표됐다.  

기존의 다양한 연구들이 유아와 많이 대화를 나누는 것이 인지 능력이나 어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영국 이스트앵글리아대 손 스펜서 교수 연구팀은 생후 6개월 영아 87명과 2.5세 유아 76명을 대상으로 소형 녹음장치를 부착해 사흘에 걸쳐 일상생활의 음성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163명의 영유아를 통해 수집한 총 6208시간에 이르는 음성 데이터를 분석해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대화에 노출되어 있는지 조사했다. 그 결과, 학력이 높은 엄마를 둔 아이일수록 일상생활에서 더 많은 말을 듣고 아이 자신도 더 많은 말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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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Journal of Neuroscience)Journal of Neuroscience

이어 연구팀은 84명의 아이를 잠든 상태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로 뇌를 촬영, 뇌 내 구조를 분석했다. 분석 결과 신경세포(뉴런)을 이루는 축삭(axon)을 둘러싼 지질층인 '미엘린(수초·myelin)'의 양이 일상적으로 노출되는 언어의 양에 따라 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뇌가 발달하면 미엘린의 양은 증가한다. 연구팀은 더 많은 언어에 노출된 2.5세 유아일수록 뇌 내 언어 영역의 미엘린이 많았다고 보고했다. 대조적으로 생후 6개월 유아는 일상생활에서 듣는 언어의 양이 많을수록 뇌 속 미엘린은 적었다.

스펜서 교수는 "미엘린은 단백질과 지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뇌신경 주위에 절연층을 형성하고 있다. 이는 뇌의 신호를 보다 효율적으로 만든다. 많은 구멍이 뚫린 호스가 있다고 가정하면, 미엘린은 호스를 테이프로 감싸는 역할을 해 뇌 영역으로 더 많은 신호를 가져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2.5세 유아는 들은 말이 많을수록 언어 영역의 미엘린 양이 많았던 반면 생후 6개월 영아는 미엘린 양이 적었던 이유는 불분명하다. 이에 대해 스펜서 교수는 "이는 생후 몇 년 간 뇌 발달의 차이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많은 말을 들어야 아이들의 뇌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연구팀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가 유아기 자녀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뇌 발달에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영국 런던대 인지신경학자인 살로니 크리슈난(Saloni Krishnan)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는 분명 새롭지만, 아이에게 더 많은 말을 거는 것이 미엘린 형성으로 이어지는 것을 증명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크리슈난 박사는 "가정에서 더 많은 언어에 노출되어 미엘린을 더 많이 형성한 아이들은 언어 능력이 높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물려받고 있다. 언어 노출 환경으로 문제를 귀착시키기 전에 잠재적인 유전적 영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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