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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식물은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을 비롯한 동물뿐 아니라 식물 역시 다양한 방법으로 외부 자극에 반응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2014년 미모사(학명: Mimosa pudica,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풀) 실험에서는 미모사가 일종의 학습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식물은 귀가 없지만 해충에 먹힐 때 씹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2019년에는 냄새를 통해 적의 습격을 주위 개체에 전하는 고구마 품종이 존재한다는 논문이 국제학술지 네이처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됐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Scientific Reports(2019.11)

지난해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 연구팀이 실험을 통해 "식물도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초음파 비명을 지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스트레스 환경에 노출된 작물은 10~100kHz의 초음파를 방출했으며, 일부 동물은 3~5m 떨어진 곳에서 ‘비명’과 유사한 식물들의 소리를 감지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이처럼 식물은 사람들의 생각 이상으로 다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식물의 대표적 반응 중 하나가 바로 '전기 신호'다. 최근 주목받은 연구는 토마토의 전기적 자극을 통한 소통 현상이다. 

브라질 펠로타스대 연구팀은 "토마토의 열매는 중요한 정보를 전기 신호를 통해 식물의 다른 부분과 공유할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냈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Sustainable Food Systems(2021.07)

식물은 신경 대신 도관(vessel) 등 물의 경로를 활용해 전기 신호를 전체로 전달한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전기 신호를 시각화한 유채(rapeseed, 油菜) 실험에서 벌레에 먹히고 있을 때 전기 신호가 식물 전체로 전달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펠로타스대 연구팀에 따르면 열매가 있는 식물의 경우 영양소는 주로 본체에서 열매로 전달되기 때문에 '전기 신호가 열매에서 본체로 전달된다'는 발상의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연구팀은 토마토와 왕담배나방 애벌레를 함께 두고 24시간 관찰하며 애벌레가 토마토를 먹기 전·후와 도중에 전류가 어떻게 흐르는지 조사했다.

실험 결과 왕담배나방 애벌레의 공격 전후 전기 신호가 명확하게 전달됐고, 전기 신호를 받은 식물체 전체 조직은 열매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부위조차 과산화수소 생성 등의 방어 반응을 보였다. 

ⓒ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ontiers in Sustainable Food Systems(2021.07)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팀은 "식물의 열매는 해충 공격 등 중요 정보를 다른 부위와 공유하고 있으며, 정보 공유를 통해 전신의 방어 반응이 촉진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연구 성과는 초기 단계이며, 개별 전기 신호의 식별보다는 전기 신호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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