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노조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강제 이동 철회”
몸집 키운 한화생명금융서비스…“GA는 글로벌 트렌드”

[데일리포스트=장서연 기자] “우리(설계사)는 특수형태근로자로 엄밀히 따지면 근로기준법에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미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한화생명에 종사했던 설계사로 자부심이 앞섰는데 GA 출범 과정에서 보여준 회사의 일방통행 방식의 행태를 보며 실망감이 앞서고 있습니다.” (한화생명 설계사 안OO 씨)

유럽을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GA(General Agency·법인보험대리점)가 이제 국내까지 파고들면서 보험업계의 지각변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른바 재판분리를 선언한 보험사들은 기존 보다 몸집이 더욱 커지면서 GA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공격적인 판매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 판로 개척에 나설 전망이다.

몇 년 전부터 보험업계 호사가들의 입을 통해 오르내렸던 자회사형 GA가 본격적으로 출범했다. GA의 출범을 앞두고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뒤엉킨 가운데 한화생명이 최근 판매 전문회사를 설립하고 설계사 2만 명에 육박하는 매머드급 GA를 공식 출범시켰다.

공식 명칭 ‘한화생명금융서비스’로 출범한 GA는 탄탄한 자본력과 재무구조로 무장하면서 보험영업 시장의 판도 변화의 촉매제로 부각되면서 그동안 기존 GA 채널에게 빼앗겼던 보험 영업 주도권을 탈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회사형 GA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이 전속 판매채널을 물적분할로 분사하는 형태로 운영되며 전국에 540개 영업점과 1만 9000명 규모의 설계사가 활동하게 되는 말 그대로 GA 공룡의 탄생이다.

GA는 일반적으로 특정 보험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설계사가 보험대리점에서 다수의 보험사 상품을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 소속이 아닌 설계사들은 다양한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고 소비자들 역시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어 새로운 보험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이처럼 소비 트렌드를 바탕으로 새로운 보험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GA 출범과 함께 규모면으로 단박에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됐다. 특히 국내 대형 생명보험 3사 가운데 처음으로 제판분리를 통해 GA 업계에 진출했다. 문제는 GA 출범을 놓고 그간 찬반의 목소리가 높았던 노조와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출범 시작 전부터 한화생명 노동조합은 회사가 GA 출범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설계사들의 보험판매 수수료를 삭감하고 강제 이동을 시키려 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올해부터 금융감독원에서 보험설계사의 판매수수료와 시책비 등 월납 보험료를 1200% 이하로 제한하는 개편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마다 수수료 체계가 변경되면서 불이익을 받게 된 설계사들의 불만이 표출됐으며 변화된 수수료 체계를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시각도 팽배하다.

무엇보다 한화생명은 GA를 출범하며 수수료 환산율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대표 교섭권을 위임받은 보험설계사지부의 단체교섭 역시 거부하고 있어 노사간 갈등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화생명은 노조가 요구하는 수수료 환산율 복귀는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수수료는 금융당국의 수수료 지급기준 조정 때문인 만큼 판매자 회사 물적분할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데일리포스트=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포스트=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홈페이지 캡처

이에 대해 A 보험 조 모 설계사는 “회사에서 바뀐 수수료 체계를 설명해주고 있지만 우리(설계사)의 의견은 무시된 채 회사 방침을 따라야 한다.”며 “설계사들은 무조건 시키는대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화생명 소속 설계사도 “한화생명 설계사도 분명히 회사의 주인”이라며 “회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삭감과 강제 이동은 설계사의 고용불안은 물론 불합리한 정책”이라고 질타했다.

현업에서 활동하는 설계사들이 GA 출범에 따른 부작용에 따른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입장은 극을 달리하고 있다. GA의 특징인 다양한 상품 판매가 가능하고 영업현장의 자율성을 높이는 등 기존의 전속 채널과 GA 장점만을 살린 새로운 형태의 영업채널을 강조하고 있다.

B 보험대리점 지점장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GA 영업이 활성화되고 있다.”며 “국내 역시 모든 보험사들이 자회사형 GA로 전환될 만큼 설계사들이 주장하는 불합리적 행태는 현실과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관계자는 “최고의 자본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수료 지급이 가능하고 경쟁력 높은 수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자체 내부통제 시스템과 전문성을 보유한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보유한 것 역시 타 GA와 다르다.”고 부연했다.

전속 보험설계사는 자신이 속한 생명과 화재 보험사와 성격이 다른 생명·화재 보섬사를 선택해 교차 판매가 가능하다. 예컨대 생명사 설계사는 교차로 다른 화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반면 화재 보험사 설계사는 다른 생명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수익성을 따져보면 보험대리점 설계사들은 국내 모든 보험사 상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강하고 수수료도 전속 설계사 보다 높아 대리점으로 이동하는 전속 보험 설계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대리점의 경우 교육 체계나 관리가 전속 보험사보다 열악해 초보자나 경험이 부족한 설계사 입장에서는 쉽지 않은 부분인 만큼 이 같은 장점들만 선별해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서 발전시키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사람이 우선이다. 보험 설계사는 보험사를 유지하는 큰 기둥이고 체제의 변화에 있어 일방적으로 통보하기 보다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했다.”며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화생명금융서비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후발 보험사들은 이 같은 논란을 타산지석삼아 이해관계를 높이는 상호 협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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