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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코로나19가 몰고온 여파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전세계 경제가 백신 접종 등으로 점차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반도체의 '쇼티지(shortage·공급부족)' 사태가 생산 병목 현상을 초래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가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어 우려된다.

IT 전문매체 테크 익스플로어(Tech Xplore)에 따르면, 2020년부터 이어진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은 IT·가전·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부족 요인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공장 폐쇄, 세계적인 컨테이너 부족으로 인한 수송 교란, 미중 갈등 등을 들 수 있다. 여기에 대만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가뭄, 미국 택사스 한파로 중단된 오스틴 지역의 파운드리 공장 가동 중단, MCU 세계 생산 2위인 일본 르네사스의 화재까지 겹치며 상황이 한층 악화됐다.

테크 익스플로어는 이번 반도체 부족 사태의 최대 피해자로 자동차 산업을 꼽았다. 특히 포드·제너럴 모터스(GM)·피아트 크라이슬러(현 스테란티스)·폭스바겐·혼다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품귀 현상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고 전했다. 

첨단 전자 제어 장치가 탑재되는 자동차가 증가하면서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의 관계는 한층 깊어지고 있으며, 자동차의 생산 비용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중도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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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사기관인 IHS 마킷에 따르면, 2000년에 생산된 자동차에서 차지하는 반도체 비용은 18%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는 40%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자동차에 사용되는 반도체는 컴퓨터 및 게임기에 탑재되는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가에 속한다. 따라서 반도체 제조업체는 자동차보다 수익이 높은 가전제품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주력 공장라인을 재조정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미 공장 일시 폐쇄 등 위기에 직면했다. 국내도 상황은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와 기아가 공장 가동의 일시 중지를 선언했다. 현대자동차는 울산1공장을 오는 7일부터 8일 간 멈출 예정이고, 기아차는 다음주 미국 조지아주 공장의 가동을 이틀간 중단한다. 한국GM 부평2공장은 2월 초부터 이미 절반만 가동 중이다. 

업계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영향을 줄이기 위해 반도체 수요가 높은 픽업트럭 및 SUV에 확보한 반도체를 우선적으로 할당하고 있다. 또 포드와 GM 등 일부 업체는 반도체 없이 차체만 생산하고 이후에 칩을 통합하는 생산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IHS 마킷은 반도체 부족으로 2021년 1분기(1월~3월) 북미 자동차 생산 대수가 10만대 감소하고 차량 재고가 급속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GM은 반도체 부족으로 최대 20억 달러의 세전이익 감소, 자동차 산업 전체로 보면 2021년 상반기에만 600억 달러의 매출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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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체들도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다. 대만 반도체 업체인 TSMC는 공장 증설을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TSMC는 성명에서 "5G 및 고성능 컴퓨팅이라는 거대한 트렌드가 반도체 기술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코로나19의 유행은 모든 면에서 디지털화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텔도 미국 애리조나 주에 위치한 2개 생산 거점에 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통해 반도체뿐만 아니라 파트너 칩 제조에도 주력할 방침이라고 표명했다.

한편,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품귀가 어느 정도 풀리고 반도체 공급이 자동차 산업의 수요를 따라잡는 것은 빨라도 2021년 7월경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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