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면허정지 경고…내 것부터 정지하라 ’응수‘
젊은 의사들 “눈먼 해법 아닌 진짜 해답 달라” 호소

ⓒ데일리포스트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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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젊은 의사들이 제 목숨처럼 돌보던 환자들을 떠나 이 자리에 섰습니다. 숫자만 늘리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무턱대고 급여화 해주는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국민을 위한다면, 진정으로 환자를 위한다면, 눈 가리고 아웅식의 해법이 아닌 진짜 해답을 찾아주십시오.” (젊은 의사의 편지 中 일부 발췌)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가파른 급증세를 보이면서 23일 현재 400명대 확진자를 기록하고 있다.

말 그대로 서울 수도권은 물론 전국이 엄중한 코로나19 국면에 돌입하면서 지난 3월 대구 신천지 종교 집단發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한 상황에서 의료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봐야 할 전공의들이 병원을 벗어나 뜨거운 폭염 속 거리로 쏟아져 무기한 파업에 나섰다.

현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독선적인 의료 정책을 놓고 막판 협의점을 찾지 못해 결국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됐다.

▲의대 정원 4000명 증원 ▲공공의대 신설 ▲비대면 진료 육성 ▲한방첩약 급여화 등 이른바 4대악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일선 의료진들이 파업을 선언한 것을 놓고 정부는 ‘의사면허 정치 및 취소 등 법적 제재 조치 카드를 꺼내 들고 맞대응에 나섰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총괄 조정관은 지난 21일 “진료개시명령과 이 명령에 불응할 경우 면허에 대해 가해지는 조치는 물론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의사면허 정지나 취소 같은 강력한 법적 제재 조치까지 고려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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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이 사실상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의료계가 첨예한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의 우려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의 파업은 20년 만이다. 지난 7일부터 시작한 전공의는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에 반대하면서 무기한 파업에 나섰고 2일 3년차 레지던트, 24일 1,2년차 레지턴트 파업이 예정돼 의료 공백은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파업에 참여한 전공의의 업무를 대체했던 전임의들까지 파업의 바통을 이을 전망이며 오는 26일부터 사흘간에 걸쳐 전국 각 지역 개원의들 역시 파업에 동참할 전망이다.

정부와 보건당국은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기에 의사들의 조직적인 집단 파업 중단을 촉구하며 강력한 법적 제재를 강조하고 나선 가운데 파업 당일 새벽까지 환자들의 곁을 지켰던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뒤로 한 채 파업 현장에 나설 수밖에 없는 현실에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 파업에 참여한 내과 전공의 2년차 서연주씨는 “Do no harm, 환자에게 해를 끼치지 말라는 원칙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새겼다.”면서 “정부의 독선 가득한 질주를 올바른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저희 젊은 의사들이 용기 내 한 발 더 나설 것이며 옳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손을 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단체행동 상황에도 필수의료 유지의 원칙을 지켜 환자들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환자들을 돌보고 있던 전공의들이 자신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환자들을 뒤로 한 채 폭염의 열기가 가득한 거리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한데 대해 정부가 의사면허 정지 등 고강도 카드를 제시하자 전공의들의 스승격인 의대 교수들 역시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 A 대학병원 호흡기 내과 교수는 “독선적인 정부의 의료 정책이 과연 얼마만큼 실효성을 거둘지 모르겠지만 의사가 부족해서 의대 정원을 4000명 증원한다면서 이에 반대한 1만 6000명의 전공의들의 의사면허 취소 등 조치를 보니 대한민국에 의사가 넘치는 것 같다.”면서 “젊은 의사들 보며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는 나의 의사면허부터 당장 박탈 할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4대악 의료정책을 반대하며 전국적인 파업에 나선 의사들을 겨냥한 정부의 ’의사면허 정지‘ 경고를 놓고 전공의는 물론 전임의, 개원의, 교수, 심지어 간호사까지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SNS(소셜 네트워크서비스) 등에 면허 번호를 적시하고 취소를 요청하는 릴레이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정책 가운데 한의계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으로 수혜가 예상되고 있는 친정부 성향의 대한한의사협회는 대한의사협회가 ’4대악 의료정책‘에 첩약 급여화를 규정한 것을 놓고 철회를 요구하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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