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손지애 기자] “삼성 임직원은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경주할 것.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주가를 의도적으로 띄우는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8일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출석하면서 또 한번 구속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그룹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위기에 장기간 검찰수사로 정상 경영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달라”는 이례적인 호소문까지 냈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국민들은 무관용 원칙으로 위법자를 벌줘야 한다는 강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긴장과 우려의 시선으로 영장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심화된 경제 위기 속에 한국 제1의 기업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 총수의 위기는 국내 경제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외 모든 기업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위기에 빠져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그리고 한국과 일본간 갈등까지 경제적 악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한국 경제는 초유의 위기에 처해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구속은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외신들도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한 경제적 여파를 우려할 정도다. 

AP통신은 8일 "삼성이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고군분투하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는 회사의 의사결정 과정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아버지인 이건희 상성회장이 2014년 와병을 시작하며 회사를 이끌어온 이 부회장이 또 한번 수감될 위기에 직면한 것은 삼성그룹과 수입이 한국 GDP의 약 12%에 해당하는 삼성전자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웠다"고 전했다. 

일본경제신문의 영자지 니케이아시안리뷰는 "삼성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금의 구속심사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올해 1분기는 비교적 잘 견뎌냈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이 2분기에 스마트폰 등 삼성기기의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면서 더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은 합병, 인수, 대규모 투자 등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부회장과 삼성 변호인이 기소 타당성을 검찰 외부 전문가들이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 소집 신청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이 회장이 요청하는 '국민 심판'은 수사심의위의 구성, 내부 평가, 그리고 검찰과 조율 등 수개월이 소요돼 사건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현재 이 부회장은 "관련 내용을 지시하거나 보고 받은 바 없다"라며 적극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의 구속 여부에 국내외 관심이 모두 쏠린 만큼 영장심사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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