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활지침 일부 완화…그래도 외부활동 자제해야“
감염 전문의 "심각한 불감증 현상 심화...확산되면 더 큰 재앙"

데일리포스트=사진 설명 / 코로나19 끝났나? 거리로 쏟아진 사람들
데일리포스트=사진 설명 / 지난 25일 인천 송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사람들 행렬

[데일리포스트=김민아 기자] "전 세계적 유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고 전문가들 역시 백신 개발까지 유행이 악화와 완화를 반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답답하시겠지만 오늘도 의료현장에서 마스크 자국이 선명한 얼굴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들을 떠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정부가 지난 20일부터 내달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연장하되 이전보다 다소 완화된 형태로 추진한다는 발표 직후 놀이공원 등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감염 확산을 우려한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의 호소다.

예전과 같은 활기찬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 비록 완화 조치를 했지만 국민 개개인 스스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더 강력하게 실천할 것을 주문한 정 본부장의 애끓는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적 완화 조치 이후 첫 주말인 지난 25일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도심 쇼핑몰과 놀이공원 등은 마치 해방을 맞이한 듯 폭발적으로 몰려든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만큼 국민들의 생활 속 거리 두기를 냉정하게 지켜줄 것을 당부하는 정부와 방역 당국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대형 쇼핑몰과 놀이공원 등은 고삐 풀린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이었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 가운데 하나인 ‘1m 이상 거리 두기’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닥다닥 붙어 있거나 몇몇 철없는 연인들은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없이 마스크를 턱에 걸친 채 상대방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편의 멜로 드라마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틀째 사망자가 없이 확진자가 한 자릿수에 머물며 연일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는 일본과 미국, 유럽과 비교할 때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25일 토요일 인천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 월미도 놀이공원은 주차 공간이 부족할 만큼 사람들도 가득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이 기승을 나타내며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됐던 불과 일주일 전과 비교할 때 월미도 내 놀이기구를 이용자가 봇물처럼 터져나왔고 대목을 맞은 듯 거리의 노점상 역시 성황을 이뤘다.

월미도 놀이공원 대표 놀이기구인 ‘디스코 팡팡’ 이용객들을 상대로 저속한 희롱과 조롱이 섞인 DJ의 저렴한 멘트에 마스크를 벗고 박장대소하는 구경꾼들의 침방울 입자들이 허공에서 빠르게 전파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월미도 인근 주민은 ”무슨 역마살 씌운 것도 아니고 저렇게 기를 쓰고 놀러 다니지? 누구는 그렇게 다니지 못해서 집에 있나? 이 재앙을 영원히 끌고 가고 싶나? 조금만 참으면 되는데 왜 이렇게 말들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고 혀를 찼다.

또 다른 주민 역시 ”본인은 괜찮을 것 같다는 어리석은 생각이 결국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닐까? 확진자가 줄고 격리 해제 늘었다고 기다렸다는 듯이 이렇게 쏟아져 나오면 그 뒷감당은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며 성토했다.

국내 코로나19 감염증이 안정세를 보이며 정부 기존과 다소 완화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내놨다. 완화된 지침 가운데 음식점 또는 카페를 이용할 때 가급적 배달과 포장을 통해 코로나19 재확산을 방지하자는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당부는 허공의 메아리로 치부되고 있다.

사진설명=지난 25일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사람들로 북적인다
사진설명=지난 25일 인천 월미도 놀이공원...사람들로 북적인다

대형 쇼핑몰 음식점·카페마다 마스크 벗고 ‘하하~호호’

”난 괜찮아…일단 놀고 보자“ 사람들이 말 그대로 쏟아지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세가 주춤거리면서 마치 재앙이 종식이라도 된 듯 거리는 물론 밀폐된 술집과 카페, 대형 쇼핑몰은 연인과 친구, 가족들로 붐볐다.

특히 지난달 2월 초 19번 확진 환자가 방문하면서 폐쇄조치에 나섰던 인천지역 송도 소재 대형 쇼핑몰도 예외는 아니다. 실내외 주차장은 주차 공간이 부족할 만큼 자동차가 꽉 들어찼고 입점된 유명 브랜드 매장은 순번을 정할 만큼 손님들로 줄을 이었다.

밀폐된 지하 식당가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식사와 커피를 즐기기 위해 빼곡이 늘어선 테이블마다 삼삼오오 뭉쳐 앉아 마스크를 벗고 먹고 마시며 목소리를 높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입을 크게 벌려 웃고 떠드는 모습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아예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심지어 유모차를 끌고 쇼핑에 나선 젊은 부부의 갓 돌이 지난 듯한 아이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자기만족을 위한 불감증’이 팽배하다. 물론 매장 입구마다 손 소독제를 비치했지만 소독제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나만 괜찮으면 상관없다는 불감증을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조치 이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이들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을 다녀왔는데 불안합니다. 도대체 방역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음놓고 외출하기 무섭기만 합니다.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2월 3일 19번 확진자 방문 후 지역 주민 인터뷰 中)

확진자가 대형 쇼핑몰을 휘젓고 다닐 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책망의 목소리를 지난 2월 6일 데일리포스트에서 취재를 통해 담았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시기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현재 그 무서운 재앙과 같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감했다. 이는 하루 800명 수준의 확진자가 사망하는 유럽과 미국, 그리고 일본과 비교하면 가히 성공에 가까운 방역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가장 빨리 코로나19 확진자를 찾아내고 효과적인 대응과 함께 확진 차단에 나선 정부의 방역 정책과 의료진들의 노고가 이뤄낸 전 세계 전무후무한 결실이다.

이 무서운 재앙과 같은 코로나19 감염증으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전국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감염 최일선에서 목숨을 걸고 사투를 벌였다. 많은 의료진들이 확진에 걸리기도 했고 한 명의 의사는 감염돼 사망까지 했다.

이처럼 정부와 방역 당국, 그리고 민간 의료진들의 피나는 노력 끝에 확진 환자가 줄어들며 그토록 답답했던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다. 하지만 주말 동안 눈에 비친 사람들의 모습은 이 숭고했던 희생의 대가를 무색할 만큼 코로나 창궐 이전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고 있다.

한 감염 전문의는 ”감염 최일선에서 목숨 걸고 방역에 나섰던 의료종사자들의 수고를 기억하고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철저히 지켜줬으면 한다.“면서 ”전 세계는 여전히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전염병과 전쟁 중이며 우리나라 역시 그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말했다.

그는 또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건강한 신체를 과신하며 생활 속 거리 두기를 지키지 않아 결국 부산 클럽 확진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며 ”여기에서 더 확산되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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