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정책, 또 다른 환경 문제 초래할 수 있어”
|데일리포스트=송협 대표기자| “탄소 감축 제도는 탄소 발생량 자체를 규제하는 정책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탄소를 줄이는 데 집중함녀서 상대적으로 다른 환경 부문을 희생하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환경 기술을 이전에 도입한 기업들은 이같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AIST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된 미국 내 최대 규모 온실가스 감축 정책으로 캘리포니아주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를 꼽을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온실가스 배출 총량 상환을 설정하고 이를 기업들에게 자체 감축 노력을 통해 배출을 줄이거나 거래할 수 있는 제도다.
KAIST와 국제공동연구진은 이 제도가 예상치 못한 환경부작용을 초래하면서 기업들의 독성물질 배출을 최대 40% 증가시켰다는 점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이나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대형 제조시설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및 유해물질 배출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탄소배출권 제도 적용을 받은 시설들이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유해폐기물 처리 활동을 축소했지만 오히려 환경이나 인체에 유해한 납, 다이옥신, 수은 등 독성물질 배출이 최대 40%까지 증가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심층 분석을 통해 이같은 부작용이 환경 감시가 활발한 지역이거나 공정 단계에서 근본적으로 독성물질 생성을 줄이는 환경 기술을 도입한 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나타났다.
이는 기업들이 규제 비용과 외부 감시 정도에 따라 환경 대응 전략을 선택적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이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며 사회적 목표 간 상충을 정교하게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나래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에 걸쳐 미국 내 대형 제조업 시설을 대상으로 EPA 환경 데이터와 소유 구조 데이터를 결합해 캘리포니아 내 탄소 배출권 거래제 적용 대상 시설과 유사한 조건의 타지역 시설을 비교하는 차분의 차분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킨 반면 독성 화학물질 배출은 오히려 29~40% 증가했다. 이는 폐기물 처리가 온실가스를 유발하기 때문에 탄소배출권 거래제로 인해 처리 비용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연구는 환경 규제가 환경 문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일반적인 기대와 달리 특정 환경 목표에 집중된 규제가 오히려 다른 환경 영역에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친환경 기술을 이미 도입한 기업의 경우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냄으로써 환경 문제 해결에 있어 기술적 접근의 중요성 역시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기술경영학부 이나래 교수가 제1 저자로 참여했으며 지난달 22일 경영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매니지먼트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