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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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무지개의 색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끼고, 커피의 쓴맛에 얼굴을 찌푸리는 순간. 우리는 그 감각이 '나'의 것임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생생한 주관적 경험은 도대체 뇌의 어디에서 비롯되는 걸까?

의식은 단순한 뇌 반응의 결과가 아니다. 자신이 세상과 분리된 존재라는 인식, 감정·기억·감각을 통합해 '지금 여기'를 인식하는 능력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 39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이례적인 공동 프로젝트가 이 질문에 과학적으로 접근했고, 마침내 뚜렷한 방향을 제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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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식의 흔적은 뇌 앞쪽에서 더 선명

이번 연구는 2025년 4월 30일자 국제학술지 《Nature》에 발표됐으며, 전 세계 39개 연구기관이 참여한 '코자이트 컨소시엄(Cogitate Consortium)'의 공동 결과다. 과학계에선 의식의 위치를 둘러싼 가장 전면적인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팀은 두 가지 주요 이론을 실험적으로 검증했다.

통합정보이론(IIT): 뇌 뒤쪽, 특히 후두엽 등에서 의식이 생성된다고 본다.

글로벌 신경작업공간 이론(GNWT): 전두엽·측두엽 등 '전측(前側)' 영역이 중심이라고 설명한다.

실험에선 피험자에게 시각 자극을 제시한 뒤 뇌의 반응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fMRI와 EEG 데이터를 통해 '의식된 자극'에 대한 뇌 활성화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분석한 결과, 의식은 뇌 앞쪽에서 더 강하게 포착됐다. GNWT 이론이 뇌의 실제 반응과 더 잘 맞아떨어졌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다양한 시각 자극을 제시한 뒤, 전측(GNWT)과 후측(IIT) 뇌 영역의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왼쪽은 각 이론이 예측한 활성 부위, 오른쪽은 자극 인식 지속성과 관련한 뇌 신호의 시간 패턴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연구팀은 피험자에게 다양한 시각 자극을 제시한 뒤, 전측(GNWT)과 후측(IIT) 뇌 영역의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왼쪽은 각 이론이 예측한 활성 부위, 오른쪽은 자극 인식 지속성과 관련한 뇌 신호의 시간 패턴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 자각을 좇은 과학, 결국 핵심은 단순했다

이 연구는 단지 이론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다. 인간의 '자각'과 '의식'이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과학이 실험으로 접근한 드문 사례이며, 뇌에서 의식이 형성되는 물리적 기반이 어디인지를 처음으로 명확하게 좁힌 연구다.

연구에 참여한 신경과학자 브렌트 바이어(Brent Baars)는 "의식의 실체는 여전히 복잡하지만, 적어도 이번 실험을 통해 '의식은 뇌 어디에서 시작되는가'라는 질문에는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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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어떤 부위가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가? 이 질문에 답하려는 노력은 과학계에서도 가장 어렵고 매혹적인 도전 중 하나였다. 이번 연구는 그 도전을 '의식이 뇌 앞쪽에서 비롯된다'는 직관적이고 실용적인 결론으로 이끌었다.

복잡한 이론 속에서도 핵심은 분명하다. 우리가 무엇을 보고, 느끼고, 생각한다고 자각할 수 있는 그 순간—뇌의 앞부분이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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