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통상 전쟁이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등 60여 개의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으로 분류했다. 중국·일본·유럽연합(EU)·대만 등 미국 핵심 무역상대국에도 기본관세 10% 이상의 플러스 알파 상호관세가 매겨졌다.
EU를 포함한 주요 국가들이 보복 조치에 나설 계획을 밝힌 가운데, 지금까지 미국이 이끈 자유무역 기반의 국제 통상 질서 역시 보호무역체제로 빠르게 이행할 전망이다.
◆ 백지화된 한미FTA...대미 수출 품목 빨간불
미국 정부는 4월 2일(현지시간) 한국 생산을 통해 미국으로 수입되는 전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
▲유럽연합(EU)-20% ▲중국-34% ▲인도-26% ▲베트남-46% ▲대만-32% ▲일본-24% ▲태국-36% ▲스위스-31% ▲인도네시아-32% ▲말레이시아-24% ▲캄보디아-49% ▲영국-10% ▲남아프리카공화국-30% 등
한국은 일본(24%)이나 유럽연합(20%)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 관세율이 적용되어 불리한 여건에 놓이게 됐다.
수출 중심의 경제체제인 한국은 이번 상호 관세와 별개로 이미 3월 12일 철강·알루미늄 제품 25% 관세가 시행됐다. 4월 3일부터는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와 부품(엔진·변속기·전동장치·전기부품)의 미국 수출 시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관세가 적용되는 부품에는 엔진, 변속기, 파워트레인(전동장치), 전기부품 등이 포함됐다.
한국의 주요 대미 수출 품목은 자동차·반도체·석유제품·배터리 등이며 의약품·반도체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 부과도 예고되어 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기존에 다른 관세가 부과된 품목은 상호관세가 추가로 적용되지 않는다.
◆ 韓 긴급 경제안보전략 TF 회의
한편, 미국 상호관세 정책이 발표된 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3일 긴급 경제안보전략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글로벌 관세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매우 엄중한 상황인 만큼, 통상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안덕근 산업부 장관에게 "상호관세의 상세 내용과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지금부터 본격적인 협상의 장이 열리는 만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미협상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이번 상호관세 결정으로 한미 FTA는 사실상 무효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협상 전략이 필요해졌지만 한국의 리더십 부재가 장기화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美 '국가 비상사태' 선포..통상 질서 재편 예고
현재 트럼프 대통령은 핵폭탄급 상호 관세 부과를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한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수입산 제품에 10%의 보편 관세를 5일부터 국가별 상호 관세는 9일 발효한다.
트럼프는 세계가 "미국 제품에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 산업을 파괴하기 위해 터무니없는 비금전적 장벽을 만들었다. 미국 납세자들은 50년 이상 갈취를 당해왔으나 더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표현한 상호 관세 공표는 취임 72일 만에 전격 이뤄졌다. 1월 20일 취임 직후 캐나다·멕시코·중국을 상대로 한 관세 예고로 포문을 연 후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를 넘어 이제는 기존 무역 질서 자체를 흔들고 있다.
미국의 관세 폭탄 정책으로 한국 상품은 미국산 제품이나 한국보다 관세가 낮은 경쟁국들과 한층 힘겨운 경쟁을 벌이게 될 전망이다. 가령 자동차 관세는 신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막대한 수출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미국 관세 정책에 대한 보복성으로 다른 국가들이 경쟁적인 관세 부과에 나선다면 글로벌 무역경쟁은 한츰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