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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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동식물이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산소는 식물과 식물 플랑크톤의 광합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빛이 전혀 닿지 않아 광합성이 불가능한 심해에서 만들어지는 '암흑산소(dark oxygen)'의 존재가 새롭게 드러나 생물 이외에도 산소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에 실렸다. 

스코틀랜드해양과학협회(SAMS) 앤드루 스위트먼(Andrew K. Sweetman) 박사 연구팀은 2013년부터 태평양의 클래리온-클리퍼톤 해역(Clarion-Clipperton Zone, CCZ) 해저를 조사했다. 그러던 중 수심 4000m 이상의 심해에서 산소가 생성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데이터를 검출했다. 그러나 빛이 닿지 않는 심해에서는 산소가 소비될 뿐 새로 생성되지는 않는다는 공통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팀은 단순 기계 고장이라고 여겼다. 

스위트먼 박사는 "처음 데이터를 입수했을 당시는 센서 고장이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심해에서 진행된 조사에서 산소는 생성이 아닌 소비만 확인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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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서를 재교정해도 10년 이상 의문의 산소 측정치가 표시됐기 때문에 연구팀은 다른 센서를 사용해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때서야 연구팀은 뭔가 획기적이고 전례가 없는 데이터를 손에 넣었다고 확신했다. 이후 심해에서 만들어지는 '암흑산소'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23년 여름 스위트먼 박사는 프란츠 가이거 노스웨스턴대 화학 교수에게 연락해 심해에서 산소가 생성될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 가이거 교수는 이전 연구에서 산화철 등이 바닷물과 합쳐지면 전기를 발생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한 바 있다. 그는 '심해 금속을 포함한 광물이 전기를 만들어내고, 해수 전기분해를 통해 산소가 생성되고 있을 것'라는 가설을 세웠다.

가설 검증을 위해 연구팀은 해저에서 모은 광물 덩어리인 '다금속 단괴(manganese nodule·망간 단괴)'를 가이거 교수의 연구실로 보냈다. 다금속 단괴는 심해에 존재하는 구형 덩어리로 코어 주위에 수산화철과 수산화망간 등이 층상으로 응결된 광물이다.

여기에는 코발트·니켈·구리·리튬·망간과 같은 금속이 포함되어 있다. 이에 여러 국가와 기업이 이들 원소를 다금속 단괴에서 추출하는 것을 목표로 광물 채굴을 시도했지만, 해양 생태계 파괴 우려로 본격적인 단계에는 접어들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단일 다금속 단괴가 표면에 최대 0.95V(볼트)의 전압을 생성하는 것을 확인했다. 전기분해를 통해 바닷물에서 산소를 만들어내려면 1.5V의 전압이 필요한데, 이는 여러 개의 다금속 단괴가 직렬 전지처럼 모이면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수치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Ge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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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사진은 실제 해저에서 채취된 다금속 단괴를 모의 해수에 담가 생성되는 전기의 양을 측정하는 모습이다. 가이거 교수는 "아무래도 우리는 천연 '지오 배터리'를 발견한 것 같다. 이 배터리는 바다의 암흑 산소 생성을 설명하는 단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ranz Geiger(Northwester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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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연구팀은 광물자원을 추출하기 위해 해저에서 다금속 단괴를 채취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산소가 부족한 해양의 데드존을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가이거 교수는 "1980년대 다금속 단괴가 채굴된 지역을 해양과학팀이 2016년과 2017년에 조사한 결과, 그 지역에서는 박테리아조차 회복되지 않았다. 그러나 채굴이 진행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해양 생물이 번성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저 자원의 채굴에 주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기성 생물이 지구상에 탄생하기 위해서는 산소가 필요했고 지구상의 산소 공급은 광합성 생물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하지만 빛이 없는 심해에서도 산소가 생성되는 사실을 확인한 만큼 우리는 생명 기원에 대한 의문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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