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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박쥐는 에볼라를 일으키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원인인 SARS-CoV,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일으키는 MERS-CoV 등을 매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전세계를 휩쓴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으로 진화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SARS-CoV-2도 박쥐와 관련이 있는 바이러스로 추정되고 있다. 

과거에는 발생 지역의 전염에 그쳤을 전염병이 순식간에 세계로 퍼질 위험이 커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염증반응이 없는 박쥐가 코로나19 극복 전략을 위한 연구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밀도 높은 군집 생활을 하는 박쥐는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무리지어 이동하는 생활 패턴이 바이러스 대항력을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박쥐가 다양한 바이러스를 매개하면서도 질병에 걸리지 않는 원인에 대해 싱가포르의 연구팀이 새로운 메커니즘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연구 결과는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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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쥐가 인수공통전염병(zoonosis)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도 병에 걸리지 않는 원인을 규명한 것은 싱가포르국립대학 의학대학원 린 파 왕(Lin Fa Wnag)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다. 

왕 교수는 ▲검정날여우박쥐(Black Flying Fox) ▲넥타 박쥐(cave nectar bat) ▲데이비드 박쥐(David's Myotis) 등 3종의 박쥐를 조사해, 면역반응과 염증반응 매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단백질 활동 메커니즘의 규명을 시도했다.

조사 결과, 세포 사멸과 염증 등 다양한 과정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Caspase-1'과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일종인 'interleukin 1 beta(IL-1β)' 수준을 저하시키는 메커니즘을 박쥐가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Caspase-1과 IL-1β의 균형을 미세 조정해 IL-1β 성숙을 저해하는 기능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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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교수는 이러한 메커니즘이 박쥐가 인수공통전염병의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도 감염되지 않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경우, 과활동성 염증반응을 억제하면 노화를 늦추고 장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발견이 인체 감염증 제어 및 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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