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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시베리아에서 유례없는 이상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북극권에 위치한 ‘베르호얀스크(Верхоянск)’의 기온이 관측 사상 최초로 100.4°F(38℃)를 기록했다. 이는 관측 이후 북극 사상 최고 기온으로 인정될 전망이다. 

◆ 시베리아 기온 38℃ 돌파...북극권 최고 기온

러시아 시베리아 북동부에 위치한 베르호얀스크는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극한의 땅으로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4800㎞ 떨어져 있다. 가장 온도가 낮을 때는 영하 50℃ 이하이며, '영하 67.8℃'의 북반구 최저 기온 기록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2020년 6월 20일, 기록적인 무더위로 베르호얀스크의 최고 기온을 상회하는 100.4F(38℃)가  관측됐다. 폭염 특보가 내려진 서울보다 더웠던 것.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CAMS의 수석 과학자 패링턴(Mark Parrington) 트위터
ⓒ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CAMS의 수석 과학자 패링턴(Mark Parrington) 트위터

베르호얀스크의 6월 하순 평균 최고 기온은 20℃ 정도다. 베르호얀스크에서 북동쪽으로 1천127km 떨어진 체르스키 최고 기온도 이날 30도까지 상승했다. 시베리아의 지난해 12월∼올해 5월 평균 평균 기온은 과거 기록을 경신하며 관측 사상 가장 높게 확인됐다.  

◆ 계속되는 극지방 이상고온현상...북극권의 온난화 속도 ‘2배’ 

이번 폭염은 편서풍 등 대규모 바람에 의해 저지고기압이 이동하지 않고 장기간 공기 흐름을 막는 이른바 '블로킹(blocking) 현상' 때문이다. 베르호얀스크 상공은 6월 12일부터 고기압 블로킹 상태로, 남쪽의 온풍을 흡수하는 한편, 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12일부터 6월 20일까지 기온이 계속 상승했다.

북극이 따뜻해지면 정상적인 공기 흐름이 정체되며, 이것이 장기화될 경우 장마·호우·가뭄·폭염·한파 등 기상 이변으로 발전할 수 있다. 시베리아 지역의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동토가 녹아 무너지거나 대형 산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는 '블로킹(blocking) 현상'

실제로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러시아 북부에서는 올해 4월 이후 산불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시베리아 노릴스크에서는 지난달 29일 기름유출사고까지 발생했다. 지반 침하로 열병합발전소 연료탱크에 파손이 발생하면서 경유 2만1천t 이상이 암바르나야 강으로 유출된 사고였다.

베르호얀스크의 새로운 최고 기온 기록은 조사 후 북극권 사상 최고 기록으로 공식 인정될 예정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측정 기록에 대한 세부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정대로 공식 기록으로 인정된다면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타 지역 대비 두 배 이상 빠르다는 근거가 될 전망이다. 

한편, 이상 고온현상은 남극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 2월 남극 반도 그레이엄랜드의 시모어 섬 역시 남극지역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20.75℃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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