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 CP 언론사 중심 기습적 뉴스 변경...카카오 ‘다양성 확대’ 거짓 인정한 셈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 / DB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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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곽민구 기자ㅣ “이용자가 더 다양하고 폭넓게 뉴스를 읽을 수 있도록 새 뉴스 배열 방식과 언론사 구독 기능을 적용하게 됐다. 앞으로도 다양한 뉴스를 볼 기회를 지속 확대하고 더 나은 뉴스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할 것이다.”

이는 지난해 8월 카카오가 모바일 Daum 뉴스의 배열 방식, 언론사 구독 공간, 댓글 정책을 새롭게 선보이는 개편을 진행할 당시 카카오 미디어사업실장이 한 다짐이다. 폭넓은 뉴스, 다양한 뉴스를 볼 기회를 지속 확대하겠다던 다짐은 1년 3개월 만에 무너져버렸다.

포털 사업을 담당하는 주체가 바뀌어서일까. 카카오(kakao/대표이사 홍은택)의 포털 사업을 담당하는 다음 CIC(대표 황유지)는 지난 5월 출범 후 반년 만에 뉴스 카테고리 내 검색 기본 설정 변경을 독단적으로 시행해 버렸다. 이후 22일 오후 4시께 ‘검색 결과 기본값을 기존 전체 언론사에서 뉴스 제휴 언론사(이하 CP사)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뉴스 검색 설정 기능 개선 사항을 적용했다’는 공지만을 남겼다.

공지에는 “이용자의 선호도를 충분히 고려하고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 마련을 위해 뉴스 검색 설정 기능을 개선한다”며 “지난 5월부터 전체 언론사와 CP사를 구분해서 검색 결과를 제공한 6개월간의 실험을 바탕으로 검색 결과의 기본값을 전체 언론사에서 CP사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개편에 앞서 미디어 전문가들과 협업해 뉴스 노출 알고리즘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는 자료까지 오픈하던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매번 말로는 ‘상생’을 외쳐왔지만 여러차례 '갑질'로 비판을 받아오던 카카오의 행태는 이번에도 반복됐다. 개편으로 가장 불이익을 받을 파트너에 대한 배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것.

그렇게 갑작스레 포털 다음에서 검색 제휴 언론사의 기사들은 사라져 버렸다. 이를 전달받지 못한 검색 제휴 언론사 관계자들은 자사 기사가 다음에서 사라진 이유를 찾아 헤매야 했다.

이제 검색 제휴 매체의 기사를 확인하려면 ‘뉴스 검색 설정’에서 기본으로 설정된 ‘뉴스제휴 언론사’를 ‘전체’로 이용자가 직접 변경해야 한다. 이러한 변경값도 30일이 지나면 다시 기본값으로 복원돼 버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사실상 1100여 개에 달하는 다음 검색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소비되는 것을 막아버리는 도를 넘는 ‘갑질’ 행위다.

뉴스 검색 기본 설정값 변경 이유에 대해 다음은 “뉴스제휴 언론사의 기사 소비량이 전체 언론사 대비 22%p 더 많았고 이전보다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며 “ ‘다음뉴스 보기’를 클릭한 이용자의 비율이 ‘전체뉴스 보기’ 대비 95.6%의 비율로 높게 나타나 뉴스제휴 언론사의 기사와 뉴스제휴 언론사의 설정값을 유지하려는 이용자의 니즈도 확인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겉만 보면 그럴듯한 근거 같지만,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조악하기 그지없는 근거다. 쇼핑을 하려는 사람 대부분이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산다는 걸 확인했으니, 양질의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자영업자가 영업 중인 전통시장의 입구는 가려버리자는 행태인 것이다. 또 자영업자들에게 제대로된 설명도 없이 입구를 가려버리고선 시장을 없앤 건 아니니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싶어 입구를 찾아 들어오는 고객에게 물건을 팔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설정 변경 전에도 다음에서 검색 제휴 언론사의 기사가 소비되는 방법은 오직 이용자의 키워드 검색뿐이었다. 이마저도 비슷한 기사를 묶어서 노출하는 클러스터링 도입으로 인해 공식적 취재 현장 기사나 보도자료 같은 여러 매체가 송출하는 일반적 기사는 CP사와 자리 경쟁을 펼쳐야 했다.

검색 제휴 언론사는 결국 CP사와 비슷한 기사로는 경쟁이 힘들기에 다양성에 의존해야 했다. 이에 차별되는 기획 기사나 연재 코너 등을 작성해야만 독자 확보가 가능해진 상황이었다. 그런데 기본 노출에서조차 제외돼 버리면서 다음에서는 차별화 전략조차 무의미해져 버리게 됐다.

수많은 검색 제휴 언론사가 분노를 표출하는 이유는 트래픽 때문만은 아니다. 설정 변경 후 이용자 유입 감소로 인해 트래픽이 준 것은 사실이지만, 포털 서비스 점유율 4%대의 다음을 통해 유입되는 뉴스 트래픽 자체는 사실 언론사 전체 트래픽 대비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다음 검색 제휴 언론사들이 카카오의 이 같은 행태에 분노를 표출하는 건 이번 개편으로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게 될 파트너사를 배려하지 않은 ‘갑질’ 행태와 ‘양질의 뉴스 소비 환경 마련’이라는 가식적 포장으로 언론의 ‘자유’와 ‘다양성’을 훼손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에서 ‘일부’를 설정하는 건 '선택'이 맞지만, ‘일부’만을 공개한 채 ‘전체’를 보려면 설정을 하라는 건 ‘선택’이 아닌 ‘제한’을 두는 행위라는 걸 카카오와 다음CIC는 빠르게 인지하고 시정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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