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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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최근 기후변화로 무더운 날이 늘고 있으며 올해 7월은 엘니뇨 현상의 영향으로 '1880년 이후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다. 

전미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NBER)가 최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폭염이 일부 사람들을 공격적으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심각한 문제로 부상한 가운데, 기온 상승이 단순히 사람들의 건강상태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행동과 감정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점차 드러나고 있다. 

앞선 연구에서 '기온이 상승하면 자살률이 증가한다', '더우면 정신건강이 악화되기 쉽다',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SNS의 혐오 표현이 증가한다' 등의 결과가 보고됐다.

다만, 더위가 사람들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연구 대부분은 소규모 그룹으로 진행되어 온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전미경제연구소 등 연구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클리에 거주하는 약 900명과 케냐 나이로비에 거주하는 약 10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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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 공저자이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 로버트 픽맨스( Robert Pickmans)는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후변화와 기온 변화를 고려할 때 이는 중요한 연구대상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우선 연구팀은 섭씨 22도와 30도의 방에서 각각 의사결정과 인지 능력에 관한 표준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비교해 실온이 실험 참여자의 의사결정과 인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더운 방에 갇힌 실험 참여자들은 상대적으로 더 졸리다고 보고했지만, 의사결정이나 인지 능력은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파괴의 기쁨(joy of destruction)'이라는 작업의 경우에는 더위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파괴의 기쁨'은 "참여자가 다른 참여자가 받는 보상을 줄일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실험이다. 참여자는 자신의 선택에 아무런 이득을 얻지 못하지만 어떤 위험도 감수할 필요가 없고, 결정 내용은 참여자 간에 서로 모르도록 했다. 즉, 다른 사람의 보상을 줄이는 동기는 단순히 '파괴의 기쁨' 뿐이었다.

공격성 측정을 위해 수행된 이 작업에서 버클리 사람들은 방 온도의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나이로비 사람들은 더운 방에 들어가면 타인의 보상을 줄일 확률이 높아졌다. 또 조사 결과 더운 방에서 더 공격적으로 변하는 참여자는 당시 케냐에서 치러진 선거에서 소외된 민족 그룹에 속한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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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맨스 연구원은 과학 전문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에 "기온과 정치적 폭력의 연관성을 다룬 그간의 연구를 고려하면, 이번 결과는 매우 흥미로운 것"이라면서도 "원래 민족 그룹 간의 차이를 찾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결과는 어디까지나 탐색적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더위가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후속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더운 방에 오래 있는 것이 인지 능력을 크게 해친다는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특정 종류의 추론이나 충동성 억제 등에서는 저하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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