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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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우울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기분을 억누르기보다는 표현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자주 듣곤 한다.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감정과 사고를 억제하면 그 사고가 무의식적으로 남아 사람들의 행동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제창한 이후 사고를 억제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그 사고를 강화한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오히려 정신건강이 개선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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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 마이클 앤더슨(Michael Anderson) 박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자신의 연구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생각했다. 같은 케임브리지대 인지신경과학자인 줄카이다 마마트 (Zulkayda Mamat) 박사는 본인이 중국에서 혹독한 탄압을 받고 있는 위구르족 출신으로. 강제수용소에서 끔찍한 경험을 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정신적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모색하고자 했다. 

앤더슨 박사와 마마트 박사는 16개국 120명을 참가자로 모집해 '부정적인 사고 억제가 반대로 두려운 기억과 감정을 증가시키는 현상', 즉 사고 억제의 역설적 효과(Ironic Process Theory)에 대해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참가자는 61명의 실험그룹과 59명의 대조그룹으로 나누었으며, 실험그룹은 향후 2년 안에 자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두려운 걱정거리'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보여주면서 그 사건에 대한 사고를 억제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가령 '병원'이라는 단어를 보면 부모님이 입원하는 장면이 떠오를 수 있는데, 만약 이러한 두려운 사건이 연상된다면 바로 머리에서 지우려고 하는 식이다. 반면 59명의 대상 그룹에는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중립적 단어를 제시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출처/Science Adva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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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각 그룹을 두 개로 더 나뉘어 한쪽은 첫 번째 실험과는 반대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이미지를, 다른 한쪽은 중립적인 이미지를 차분히 상상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 실험들은 영상통화 앱인 줌을 통해 하루 12회, 3일간 진행했다. 

연구팀이 참가자들의 정신건강을 조사하는 설문 결과를 집계한 결과, 실험 기간이 종료된 직후와 실험 후 3개월 경과한 시점 모두 부정적인 사고를 억제한 그룹은 다른 그룹보다 정신건강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긍정적인 사건을 상상해도 정신건강의 개선 효과는 보이지 않았다. 

특히, 그간 알려진 것처럼 부정적 사고를 억제한다고 해서 오히려 이미지가 선명해지는 현상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로 이미지의 생생함이 감소했고 그런 생각 자체가 적어졌다고 응답하는 참가자도 많았다. 

참가자 중에는 팬데믹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앓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 사람들은 특히 억제 효과가 높았다.

이 결과에 대해 앤더슨 박사는 "이번 연구는 부정적인 사고를 억누르면 안 된다는 통설과 배치된다. 추가 연구가 필요하지만, 공포의 사고를 적극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오히려 잠재적으로 유익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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