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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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동학대'라고 하면 신체적인 폭력이나 성적 폭력, 혹은 아동 방임(neglect) 등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최근 '언어 폭력'도 아이에게 큰 악영향을 미쳐, 자라면서 대마초 흡연이나 교도소에 갈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아동 학대 및 방임(Child Abuse & Neglect)'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hild Abuse & Neg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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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는 주로 '신체적 학대', '성적 학대', '방임' '정신적 학대'의 4가지로 분류되는데, 이 중 정신적 학대는 아이의 감정이 주체가 되기 때문에 어떤 행위까지가 학대에 해당하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다. 

일반적으로 언어폭력에는 폭언·욕설·인신공격·협박·모욕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국가나 지역에 따라서는 아이에 대한 강한 언어적 표현이 훈육으로 용인되거나 크게 문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폭력을 막기 위한 대처는 그다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에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미국 윈게이트대 연구팀은 그동안 진행된 아동학대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분석하고 언어폭력에 대한 체계적 검토를 진행했다. 

연구팀이 149건의 정량적 연구와 17건의 정성적 연구를 분석한 결과, 언어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과 비교해 성인이 된 후 정신건강과 행동에 다양한 악영향이 나타났다. 

다음 그래프는 영국에 거주하는 2만 명 이상의 18~69세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언어폭력 여부와 다양한 경험을 조사한 결과를 나타낸 것이다. 빨간색이 어릴 때부터 언어폭력에 노출된 참여자, 회색이 언어폭력 경험이 없는 참여자를 나타낸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Child Abuse & Negl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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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행복도가 낮다고 느끼는 비율은 언어폭력을 받은 참여자가 20%를 넘는 데 반해, 그렇지 않은 참여자는 15% 미만에 머물고 있다. 이 외에 ▲'지나친 음주' ▲'투옥 경험' ▲'폭력 피해자가 된 경험' ▲'폭력 가해자가 된 경험' 각 항목에서 어린 시절에 언어폭력 경험이 있는 참여자가 분명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1~17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영국 연구에서는 전체의 41%가 어른으로부터 비난·모욕·비판의 목적으로 자신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들었다고 응답했다. 언어폭력의 가해자는 ▲부모-76.5% ▲가정 내 성인 보호자-2.4% ▲교사-12.71% ▲동아리 등의 코치-0.6% ▲경찰-0.6%였다.

아이들이 상처받거나 동요하는 말에는 "넌 쓸모가 없어" "너는 멍청하다" "무엇 하나 똑바로 하지 못한다"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한편 아이들이 긍정적으로 느낀 말로는 "네가 자랑스럽다" "너라면 할 수 있다" "너를 믿는다" 등이 꼽힌 것으로 보고되었다.

논문 공저자이자 저명한 정신분석가인 피터 포나기(Peter Fonag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는 "아이들은 유전적으로 어른의 말을 믿고 진지하게 받아들인다. 이러한 믿음을 저버리는 말로 훈육이 아닌 매도를 하게 되면 아이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고 고립되고 배제될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연결고리나 사회적 학습의 혜택을 충분히 받지 못하게 된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언어폭력을 포함한 정신적 학대를 경험한 아이들은 성적 학대나 신체적 학대를 당한 아이들보다 많지만, 명확한 정의가 없어 주목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포나기 교수는 "위협하거나 망신을 주거나 통제하기 위한 언어적 표현이 신체적 위협보다 분명히 해가 적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언어폭력은 자존감 저하·니코틴 및 알코올 남용·약물 중독 증가·불안·우울증과 같은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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