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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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인간의 뇌는 복잡한 인지 작업을 수행하지 않을 때도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뇌 활동을 '휴지기 뇌 활동(resting-state brain activity)'이라고 한다. 

휴지기 뇌 활동과 아동 인지발달에 관한 새로운 연구에서 '유아기의 휴지기 뇌 활동으로 18세 시점의 IQ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초기 양육 방식이 향후 두뇌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발달인지신경과학'(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Developmental Cognitive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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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태어난 후 몇 년간은 생애에서 가장 뇌 발달이 빠른 시기이며, 그 시기 자녀가 처한 환경은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인간의 휴지기 뇌 활동은 성인이 되면 비교적 안정되지만, 영유아기에 휴지기 뇌 활동이 어떻게 발달하는지 그리고 이후의 인지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에 미국과 독일 국제 연구팀은 2000년대 초반부터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진행된 '부쿠레슈티 초기개입프로젝트'(Bucharest Early Intervention Project) 연구 데이터를 이용해 아동의 인지능력 발달을 추적했다. 

부쿠레슈티 초기개입프로젝트는 미국 대학 등이 루마니아에서 실시한 연구 프로젝트로 ▲유아기 사회 심리적 악영향이 아동발달에 미치는 영향 ▲아동 양육시설을 경험한 아동들에 대한 개입 ▲양부모 양육의 잠재적 이점 등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연구팀은 실험 참여자를 대상으로 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발달단계를 추적해 유아기 뇌 활동과 이후 인지적 발달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기존 연구를 통해 아동 양육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에 비해, 양부모에게 길러진 아이들이 성장 단계 및 18세 시점의 IQ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양부모에게 입양되는 시기가 빠를수록 IQ도 향상되는 것으로 보고돼, 성장 환경이 IQ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시설에서 자란 아이들과 양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 그리고 한 번도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가정에서 자란 총 202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유아기 휴지기 뇌 활동과 이후 IQ의 관련성을 조사했다. 

휴지기 뇌 활동은 아이들이 회전하는 룰렛(Bingo Wheel)을 보는 중에 측정됐으며 ▲생후 20개월 전후 ▲생후 30개월 ▲생후 42개월 등 세 시점에 각각 기록했다. 실험 참여자의 IQ는 ▲생후 20개월 전후▲생후 30개월 ▲생후 42개월 ▲18세 시점에서 측정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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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 분석 결과, 유아기의 휴지기 뇌 활동에서 18세 시점의 IQ를 예측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생후 20개월 전후 ▲생후 30개월 ▲생후 42개월의 휴지기 뇌 활동에서 주파수 4Hz~8Hz인 세타파 양이 18세 시점의 IQ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각 추론·작업 기억·처리 속도 등 18세 시점의 특정 인지 능력과 강한 연관성을 보였다. 반면, 다른 주파수 대역(알파·베타·감마)에서는 IQ와 유의한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교적 저주파의 느린 뇌파인 세타파는 과거 연구에서 빈곤 및 사회적 불이익과 같은 환경 요인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유아기 세타파를 성인의 인지 기능과 연결한 최초의 사례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세타파는 각성·수면·기억과 같은 뇌 활동 외에 불필요한 신경접속의 시냅스 제거(synapse elimination)와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시냅스 제거는 정신적 작업에 임할 때 효율성을 높이기 때문에 아동 인지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라고 할 수 있다. 

논문 최대 저자이자 미국 메릴랜드 대학 신경과학자인 엔다 탄(Enda Tan) 박사는 "우리 연구 결과는 휴지기 뇌 활동의 초기 개인차가 성인기 IQ와 관련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휴지기 뇌 활동으로 14년 이상 지난 시점의 인지 기능을 예측한다는 것은 그동안 겪게 될 많은 요인을 고려할 때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이번 발견은 인생 초기에 경험적으로 유발된 뇌 활동 변화가 장기적인 인지 발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며, 불리한 환경에 사는 어린이의 건강한 발달을 촉진하기 위한 조기 개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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