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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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중금속인 납은 융점이 낮고 가공이 쉬워 세계 각국에서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유해중금속인 납이 체내 축적되면 장기가 손상되고 혈액 형성에 문제가 생기며, 신경계와 뇌에도 손상을 입힌다.  

미국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 연구팀이 '출생 전이나 소아기에 납에 노출되면 이후 인생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국제학술지 '플로스 국제 공중보건학(PLOS Global Public Health)' 8월호에 게재됐다.

앞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혈중 납 농도가 높은 아동은 다른 아동에 비해 IQ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아기 납 노출이 비행 및 반사회적 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가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또 미국에서 1970년대 후반~1980년대에 걸쳐 진행된 '유연휘발유' 폐지가 1990년대 폭력범죄를 대폭 낮춘 요인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유연휘발유 폐지는 미국 환경운동가 클레어 캐머런 패터슨이 1965년부터 진행한 ‘납 오염 반대’ 운동을 계기로 확산됐다.   

그러나 납 노출과 범죄행위의 연관성에 대해 개인 차원에서 조사한 연구 데이터는 편차가 있어 자세히 알려지지 않은 부분도 많았다.  

이에 미국 조지워싱턴대 환경산업보건학과 마리아 호세 탈라에로(Maria Jose Talayero) 교수 연구팀은 2022년 8월 이전에 발표된 납 노출과 범죄·비행·폭력·공격성 등과의 연관성을 다룬 논문을 조사했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LOS Global Public Heal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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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납 노출이나 폭력적 행위의 부적절한 분류, 연구 편향 등 정확성이 미흡한 논문을 제외하고, 총 17건의 논문을 분석했다. 대상 연구들의 납 농도 측정에는 혈액·치아·뼈 등의 샘플이 이용되었으며 미국·영국·남아프리카·브라질·이탈리아·뉴질랜드 등에서 진행된 장기간에 걸친 추적연구가 포함되어 있었다. 납 노출 측정 기간은 ▲출생 전-2건 ▲유아기(0~6세)-5건 ▲소아기 후기(6세~11세)-5건 ▲청소년기 및 성인-5건이었다. 

메타 분석 도구 'ROBINS-E' 등을 이용해 진행한 결과 납에 대한 노출과 그 후 범죄적 경향의 관련은 연구에 따라 편차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납에 대한 노출이 이후 인생의 범죄행위나 공격적인 특성과 실제 연관성을 보였다. 

다만 연구팀은 범죄로 간주하는 행위의 폭이 너무 넓고 데이터의 한계로 인해 납 노출과 범죄 행위의 연관성을 명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현재의 생물학적 증거와 기존 논문 분석을 통해 자궁(태아) 혹은 어린 시절 납에 많이 노출될수록, 10대나 성인이 되어 범죄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납 노출은 각종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성인보다 몸집이 작은 어린이는 더 높은 비율로 납을 흡수하기 때문에 소아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할 수 있다.

이는 개발도상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선진국에서도 노후 수도관 및 어린이 장난감 등의 원인으로 납에 노출될 수 있으며 방글라데시에서는 천연 향신료에 납이 포함된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번 데이터는 모든 국가가 납 노출을 막기 위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어린이에게 안전한 수준의 납 노출이란 없으며 각국은 어린이와 임산부를 납 오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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