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아이들은 낙상 등으로 머리에 부상을 입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부상은 성인기 기분 장애와 사회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마찬가지로 유년기의 불행한 경험은 정신질환이나 약물 남용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쥐를 이용한 연구에서 유년기 스트레스가 머리 부상보다 뇌 유전자의 활성 수준을 크게 변화시키고 성장 후 위험 감수 행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이끈 캐서린 렌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심리학과 박사는 "스트레스는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어린 시절 스트레스가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스트레스는 가볍게 취급되기 쉽지만, 매우 중요한 공중 보건의 테마다"라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개최된 신경과학학회 연례회의 '뉴로사이언스(Neuroscience) 2023'에서 스트레스를 받은 쥐의 성장을 조사한 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갓 태어난 쥐를 14일간 매일 일시적으로 엄마에게서 분리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스트레스를 주었다. 이후 사람의 유아기에 해당하는 생후 15일차에 스트레스를 받은 쥐와 그렇지 않은 쥐를 마취시켜 뇌진탕과 유사한 두부 외상, 즉 외상성 뇌손상(TBI)을 입혔다.
그리고 ▲스트레스 ▲두부 외상 ▲스트레스+두부 외상의 세 그룹 유전자를 조사해, 뇌 해마에서 유전자 발현 변화가 전혀 없는 일반 쥐와 비교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두부외상' 쥐의 뇌에서는 '뇌 가소성'과 관련된 흥분성 뉴런과 억제성 뉴런의 경로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뇌 가소성이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으로 주로 유연성을 촉진하지만, 뇌 발달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의 이러한 뇌 변화가 성인기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스트레스'와 '스트레스+두부 외상' 그룹에서는 사회적 유대와 관련된 호르몬인 옥시토신에 관한 신호 전달 경로가 활성화된 반면, '두부 외상'에서는 억제되어 있었다. 역시 뇌 유전자에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행동 관찰 실험에서는 스트레스를 경험한 쥐만이 성장 후 자주 넓은 공간으로 나가는 경향을 보였다. 일반적으로 설치류는 포식자에게 표적이 되기 쉬운 열린 장소를 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연구팀의 미카엘라 브리치 연구원(박사과정)은 "이는 유년기 스트레스가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이나 약물 사용 장애로 특징지어지는 ADHD 등 특정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인간 연구 데이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렌츠 박사는 "TBI보다 초기 스트레스가 훨씬 더 많은 뇌 유전자 발현 변화를 일으킨다. 유년기 스트레스 요인이 얼마나 해로운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