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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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올해 기록적인 더위가 이어지면서 연일 열사병 경계경보가 발령되는 등 세계 곳곳이 폭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는' 아이디어에 대해 과학 전문 매체 사이언스 얼럿(Science Alert)이 해설했다. 

호주 남쪽 사막 도시 ‘쿠버페디(Coober Pedy)’는 여름 최고 52도, 겨울 최저 2도의 극단적인 기온 변화로 인구 약 60%가 지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 지하도시는 호주의 광활한 사막 한가운데 지어졌다. 1948년 이곳에서 오팔이 발견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광산으로 몰려들었고, 이들이 무시무시한 더위를 피해 땅 밑 지하 세상에 둥지를 틀며 지하도시의 역사가 시작됐다. 

쿠버페디 거주 공간 일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Flickr
쿠버페디 거주 공간 일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Flickr

호주 원주민의 말로 ‘구멍에 사는 백인 남자’란 뜻의 쿠버페디 지하 공간은 일년 내내 평균 온도 23~24도를 유지한다. 내부는 주거시설뿐 아니라 상점 등의 편의시설·호텔·교회·서점·넓은 라운지·수영장 등 도시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암반 붕괴를 막기 위해 적어도 지면에서 2.5m 이상 깊은 곳에 거주공간을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종종 암반 붕괴가 발생한다. 

1963년 튀르키예 중부 카파도키아 지역에서는 기원전 2000년경에 조성된 고대 지하도시가 발견됐다. '데린쿠유'(Derinkuyu Underground City)'라는 이름이 붙은 이 지하도시를 발굴하자 교회·마구간·창고·거주공간 등 최대 2만 명의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엄청난 규모가 드러났다. 수천 년에 걸쳐 혹독한 날씨와 외부의 적, 종교 박해 등 위험이 닥쳤을 때 피난처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데린쿠유 공간 일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Flickr
데린쿠유 공간 일부 ⓒ데일리포스트=이미지/Flickr

카파도키아의 기온은 여름에는 최고 30도 겨울에는 최저 0도 정도인 반면, 데린쿠유 내부 기온은 평균 13도 정도이다. 현재는 배·감자·레몬·오렌지·사과 등의 보관시설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사이언스 얼럿은 일부 지하도시가 실제 존재하지만 영구적으로 사람이 지하에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매체는 좁은 지하 공간에 있으면 폐소공포증에 걸릴 가능성, 환기 불량 및 지반 붕괴 등의 재해가 발생할 가능성 등을 지적했다. 

지하 생활을 다룬 도서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A Human History of the Worlds Beneath Our Feet)의 저자 윌 헌트(Will Hunt)는 "우리 몸은 생물학적으로나 생리학적으로 지하 공간에서의 생활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언더그라운드 도서 표지
 ⓒ데일리포스트=이미지/언더그라운드 도서 표지

지하에서 거주하는 위험 중 하나는 '햇빛에 노출되지 않는 것'이다.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지하 공간에서 사람은 한 번에 최장 30시간 잠을 잘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으며, 생활 리듬의 혼란이나 비타민 D 부족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지적된다.  

또 지하 공간에는 '돌발홍수'(flash flood) 우려도 존재한다. 돌발홍수는 호우 등으로 급격히 하천이 불어나 잠시 나타나는 홍수로, 지대가 낮은 지역이 빠른 시간에 침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빗물 배수구 아래 지하터널에는 약 1500명의 노숙자가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금까지 여러 차례 홍수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터널 내에서 돌발홍수가 발생하면 대피할 시간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 기후 변화로 허리케인 규모가 매년 커지고 있어 그동안 돌발홍수가 발생한 적이 없는 지하 공간에서도 피해가 발생하는 일이 늘고 있다. 

지하 공간의 기온은 지상 활동에 의해 좌우된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알레산드로 로타 로리아(Alessandro Rotta Loria) 교수에 따르면 시카고 지하 공간은 지상에 건설된 주차장과 전철 등으로 1950년 이후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아래가 고층 빌딩들이 들어서 있는 시카고 루프 지구의 지하 온도를 나타낸 것이다. 1951년부터 2022년까지 약 70년 동안 지하 온도는 계속 상승했으며 앞으로도 온도 상승은 이어질 전망이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 
ⓒ데일리포스트=이미지/미국 노스웨스턴대 연구팀 

로타 로리아 교수는 "지하 기후 변화는 조용한 위험이다. 지반은 기후변화에 따른 온도 상승으로 변형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견디도록 설계된 기존 토목 구조와 인프라는 전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땅이 뜨거워지면 종류에 따라 팽창하고 수축해 기형으로 변할 수 있다. 루프 지구는 평균 기온 상승에 따라 지반이 최대 12mm 팽창할 가능성이 지적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사이언스 얼럿은 "기후변화를 피해 지하 생활을 위해서는 안심·안전한 환경, 자연광과 적절한 환기 시스템, 지상과의 연결을 느낄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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