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회장 “盤石까지 50년 역할 끝…혁신 주도할 전문 경영 절실”

ⓒ데일리포스트=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데일리포스트=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데일리포스트=송협 선임기자] “지난 2008년 리먼사태 여파로 국내 금융 및 주택시장까지 휘청거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크고 작은 건설사들이 주저앉고 있던 그 악조건의 시기, 철저한 시장 분석과 과감한 결단력을 바탕으로 말 그대로 청약 돌풍을 일으켰던 브랜드가 바로 ‘반도 유보라’입니다. 그 배경에 당연히 권홍사 회장의 모험적인 도전이 있었고요.” (A 건설사 임원)

기억을 더듬어 12년 전이던 2008년 세계적인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에 따른 금융위기 사태를 떠올랐다. 전 세계가 요동쳤고 세계 곳곳의 금융과 기업이 동반적으로 파산되면서 그 파장은 고스란히 국내 금융권과 주택시장에도 거센 파고가 돼 밀려왔던 기억 말이다.

리먼 사태 발생 1년 전만 하더라도 공급만 하면 청약 광풍을 불러일으키며 이른바 ‘분양 활황기’의 달콤함에 빠져들었던 국내 건설사들은 리먼 사태라는 파편에 날카롭게 할퀴면서 악재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공급만 하면 청약 성공을 이어가던 국내 분양시장은 수요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대량 미분양이 속출했고 그동안 청약 광풍 향기에 취해있던 건설사들 역시 미분양 사태에 유동성 자금마저 고갈되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회수조차 어려워 법정관리에 돌입하는 등 도미노 파산이 현실화됐다.

‘청약 로또’ 현상이 ‘미분양 악재’로 반전되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신규 분양시장은 ‘개점 휴업’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만큼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처음 터진 2008년부터 3년이 지난 2011년까지 그 후유증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처럼 국내 분양시장이 한 치 앞을 볼 수 없을 만큼 안갯속 전망을 지속했던 지난 2011년 다소 무리수가 엿보였던 한 중견 건설사의 예상 밖의 선전이 뉴스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중견건설사 반도건설의 ‘한강신도시 반도 유보라 2차’가 수도권 최대 난공불락 시장이던 김포 한강신도시에서 최고 4.71대1의 경쟁률을 보이며 청약 갈증 국면을 지속했던 수도권 분양시장의 긍정적인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이다.

공급만 하면 완판이 보장됐던 리먼 사태 이전 청약 시장은 이제 공급만 하면 ‘미분양 무덤’으로 돌변한다던 징크스를 깨끗이 씻어 버렸던 반도건설의 성공적인 청약 성적 배경에는 불안정한 시장에도 수요자들의 구매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고 수요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특화설계에 이어 금융 지원 정책을 과감하게 펼친 권홍사 회장의 승부사가 통했기 때문이다.

ⓒ데일리포스트=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데일리포스트=반도건설 권홍사 회장

국내 분양시장이 가장 위기에 봉착했던 시기, 공급 후 미분양에 따른 트라우마가 심화됐던 불안정한 시기 권홍사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는 통찰력을 제대로 보인 것이다.

50년 반도건설을 탄탄하고 거대한 반석(盤石)이 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을 한 것 역시 권홍사 회장이 자신의 장녀 권보라의 이름에서 착안한 아파트 브랜드 ‘유보라(U.BORA)’가 국내 주택시장에서 두각을 보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1970년 창업 1세대로 주택사업을 시작해 ‘유보라’ 브랜드 돌풍을 일으킨 반도건설이 올해 창립 50주년을 맞이했다. 과거 대형 건설사들의 틈바구니에서 버거운 경쟁을 펼쳤던 반도건설이 이제 대형 건설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견주는 1군 건설사로 성장했다.

50년 전 작은 초석(礎石)이 이제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반석’이 돼 미래 시대를 준비하며 기업의 혁신을 꿰하고 있다.

권홍사 회장의 퇴장. 그리고 전문 경영인에게 넘긴 바통, 그동안 우리가 지켜봐왔던 기업의 관행을 염두할 때 가히 어색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50년 세월 자신이 일궈낸 기업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 전문 경영인 체제를 선언한 권 회장의 이 같은 행보는 많은 의미를 주고 있다.

10일 권 회장은 50주년 사사 발간 기념 사내행사에서 “사사를 통해 지난 50년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롭고 함께 고생해준 임직원 및 관계사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새로운 시대에는 전문성을 갖춘 새 인물이 조직을 이끌어야 하고 무엇보다 변화하지 않는 기업을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지난 6월 조직개편 후 사업부문별 전문 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으로 조직이 안착되고 경영실적도 호전되고 있다"며 "100년 기업, 세계 속의 반도를 위해 전문성을 갖춘 유능한 각 대표가 책임감을 가지고 회사를 잘 이끌어 주길 바란다. 각 대표의 역량을 믿고 경영일선에서 퇴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권 회장이 퇴임은 결정하게 된데는 각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 중심의 책임경영과 분야별 전문성을 강화를 통한 실적 호전이 바탕이 됐다.

반도건설은 최근 고양 장항지구 LH 단일공급 최대 개발용지, 신경주 역세권 공공택지(2필지), 거제 옥포동 아파트 도급공사 수주, 부산 북항 재개발사업 친수공원 공사, 국군 시설공사, 아주대 기숙사 건립공사 등 주력인 주택사업 외 공공부문에서도 성과를 나타내는 등 사업 전 영역에서 전문경영인체제가 안착됐다.

실제로 권홍사 회장은 지난 7월 계열사(반도홀딩스, 반도건설, 반도종합건설, 반도) 등기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전문경영인 체제의 조직개편이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켜보다 이후 조직이 안정화되고 각 사업부문의 경영실적이 호전됨에 따라 물러날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 후 권홍사 회장은 반도문화재단 이사장으로서 재단을 통해 지역 문화사업과 장학사업, 소외계층 돕기 지원사업 등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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