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공정위 대응 위해 법률자문 비용 44억 넘게 써

[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중은행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지난달 초 종결해 사실상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지난 2009년부터 4년 동안 조사를 벌였지만 CD발행 금리 담합을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그동안 은행들은 공정위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44억원 가량의 법률자문 비용을 썼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북을)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시중은행의 CD금리 담합관련 로펌 지불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6개 시중은행(신한·우리·KEB하나·KB국민·SC제일·농협)이 지난 2012년 7월 공정위 조사 착수 이후 최근까지 로펌에 지불했거나 올 연말까지 지불해야 할 돈은 44억1000만원에 달했다.

은행별로는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을 선임한 신한·우리은행은 각각 10억8000만원과 10억2000만원을 지출했다. 세종에 자문을 맡긴 하나은행은 9억1000만원을, 율촌을 선임한 국민은행은 5억5000만원을 각각 썼다. SC제일은행(광장)과 농협은행(세종)은 이보다 적은 3억7000만원과 3억2000만원을 들였다.

이번 사건으로 김앤장은 총 21억원을, 세종은 12억3000만원을 챙긴 셈이다.

여기에 은행연합회가 공동대응을 위해 교수들에게 1억6000만원짜리 경제분석 용역을 맡기면서 각 은행들은 분담금으로도 2670만원씩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송근헌 하나은행 홍보실 차장은 “(법률 자문은) 안 해도 될 건데, 왜나하면 그쪽(공정위)에서도 아무리 검토를 해봐도 담합이란 얘기를 하기에는 억지스러우니까 못했던 것”이라며 “(공정위가) 덮을 수가 없어 전원회의까지 올라가다 보니 은행에서 방어를 해야 해서 법률비용이 나간 거다”라고 말했다.

공정위의 이번 결정을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사건을 처리한 것 아니냐는 견해도 있다. 사건이 터질 당시 들끓는 여론을 의식하다가 4년을 질질 끌며 잠잠해지길 기다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홍성준 약탈경제반대행동 사무국장은 “공정위를 포함해서 규제당국이 제대로 자본을 규제하지 않는다. 제때하지도 않고 4년씩이나 끌어오는 것도 문제고, 결과적으로 면제부주거나 제재효과가 없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규제당국이 규제를 위해서 존재하는 건지 의문이다. 이번 사건도 예전에 CD금리 조작사건 났을 때 엄청난 사회적 반향이 있었고, 비슷한 시기에 유럽에서 대형은행들에 대한 제재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여론이 뜨거웠다”“결국은 규제당국이 규제 실효성이나 규제 목적이 불투명하고 다분히 여론 따라서 그때그때 편의적으로 징계하는 것 같다. (규제당국의) 무능이죠. 한마디로 말하면 한국의 시장을 규제하고 있는 당국들은 무능해서 오히려 시장 혼란을 조장할 때가 많다. 특히 시장에서 불법을 저지르거나 시장의 교란하거나 혼란시킨 자에 대해서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은 이번 사건으로 ‘상처뿐인 승리’를 거뒀다. 통상 법원의 민사소송에선 소송을 이긴 쪽이 진 쪽에 법률 비용을 전가할 수 있지만 공정위 결정은 그럴 수 없어 은행들이 법률자문 비용 부담을 온전히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박용진 의원은 “공정위의 무능이 로펌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초래했다”“CD금리 담합 사건의 승자는 로펌이라는 일각의 지적에 공정위는 빠아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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