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 “몽고간장이요? 지역기업이라는 이유로 평소 애용했었는데 이제 안 먹습니다. 회사 직원에게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하는 오너가 만든 간장을 굳이 사서 먹을 필요가 있을까요? 월급을 준다는 이유로 직원을 개인 소유물 정도로 생각하나 봅니다” - 경남 마산 거주 직장인 최모(31·여)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갑질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오너가 사고를 쳤습니다. 몽고간장으로 유명한 몽고식품의 김만식 전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인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재벌 갑질이 또 다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오너의 갑질은 회사와 직원을 마치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됩니다. 모든 것을 자신의 마음대로 하는 이른바 ‘막가파식 경영’은 회사에 자체에 막대한 피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직원에 대한 인격 모독적인 대우와 함께 노동법 위반 사항까지 무더기로 적발된 몽고식품의 ‘슈퍼 갑질’은 우리 사회에서 을에게 가해질 수 있는 폭력을 모두 집약해놓은 듯합니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말 김만식 전 회장의 운전기사로 일했던 직원 한 명이 김 전 회장으로부터 상습적으로 정강이를 걷어차이고 주먹으로 맞는 등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불거졌습니다.


또 그가 공개한 녹음파일에는 ‘X자식’, ‘XX놈’ 등 김 전 회장이 평소 직원에게 가한 인격 모독적인 발언도 함께 담겨 있어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습니다. 이같은 사실이 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김 전 회장과 몽고식품에 대한 전 국민적 공분이 이어졌습니다.


불매 운동이 제기되는 등 사태가 악화되자 김 전 회장이 회장 자리에서 사퇴하고 대국민사과를 하는 등 뒤늦게 여론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등 떠밀린 듯 나선 대국민 사과에는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김 전 회장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수 없이 ‘죄송합니다’를 외쳤지만 그 뿐이었습니다. 해당 운전기사를 복직시킨다는 약속을 회사 측이 지키지 않자 여론은 더 들끓었습니다.


앞에서는 반성하는 척 하지만 뒤에서는 다른 행태를 보이는 ‘표리부동’적인 행태에 국민들이 다시 분노한 것입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다른 직원들의 피해 폭로가 이어지자 사태는 더 악화됐습니다.


급기야 이번 사태로 회사 운영에 실질적인 타격이 오기도 했습니다. 몽고식품에 따르면 창원공장에서 매월 꾸준히 생산되던 간장은 1월 초 기준 5톤 트럭 25대 분량에서 최근 13대로 절반이나 줄었습니다. 이번 논란으로 매출 급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현재 몽고간장은 국내 간장 시장에서 샘표 간장과 대상 청정원 간장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21~22일 양일간 김 전 회장은 운전기사 상습 폭행 혐의로 경찰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받았습니다. 노동부 특별감독에서는 몽고식품의 노동법 위반 사항이 대거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연장 휴일 근로수당과 연차수당을 대폭 낮춰 지급하거나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 위반 등 총 20건 적발돼 이 중 11건에 대해서는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되는 중이며, 9건에 대해서는 과태료가 부과됐습니다.


이번 사태로 몽고식품은 100년이 넘는 회사 역사에 오점이 생겼습니다.?이제 몽고식품은 3대째 간장을 만드는 뚝심있는 향토기업이 아닌 ‘회장님 갑질’로 유명세를 타게 되는 불명예를 안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같은 오너 리스크는 일을 저지른 장본인에게는 별 다른 피해가 가지 않습니다. 통상 그들이 사고를 치면 그것을 수습하는 일은 늘 직원들의 몫이었습니다. 오너의 상식 밖 행동으로 인해 가중된 회사 위기를 극복해야할 짐까지 떠맡은 직원들,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 아닐까요?


<사진=김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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