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삼성물산의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17일은 삼성그룹의 새역사를 쓴 날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날 주총에는 84.73%(1억3235만5800주)가 출석해 69.53%(9202만3660주)로 찬성표가 나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의결했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의 지위를 얻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삼성물산의 경우 전날보다 10.39% 내린 6만2100원, 제일모직은 전날보다 7.73% 떨어진 17만9000원에 장을 마쳤다.

이광수 하나대투증권 부장은 “시장에서 합병에 대해 부정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동안 오른 게 좀 있으니까 뉴스 소멸로 이익실현을 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주식이라는 게 단기투자자 입장에서는 변동성을 좋아할 수 있는데, 합병이 됐다는 것은 안정적으로 회사가 변한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단기변동성과 이벤트가 없어져 그동안 플러스가 났으면 한번 이익실현을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삼성물산은 주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왔다. 글로벌 의식주휴(衣食住休)·바이오 선도기업을 표방하겠다고 한 것.

업계에서는 특히 바이오 부문의 기업가치가 2020년 실적 기준으로 12조4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0년 합병법인의 전체 영업이익 중 바이오 부문 기여도는 약 30%에 달할 전망이다.

윤영환 신한금융투자 상무는 “합병 이후 주가는 조정을 받겠지만 그룹이 미래비전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두 회사가 합쳐진 이후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부분 실현될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회사가 성장하는 게 안정적인 지배구조 형성을 위해서도 좋기 때문에 성장성을 높게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일로 삼성이 지배구조와 관련한 중요한 단추 하나를 끼웠는데, 현대자동차그룹 등 아직 지배구조가 정리가 안 된 기업들이 삼성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고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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