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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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일본의 연구가 더 이상 세계적 수준이 아닌 이유'라는 기사에서 일본 과학기술 연구의 질이 하락한 배경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진단했다. 

네이처는 해당 기사에서 지난 10월 25일 공개된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 영문 보고서를 인용했다. 이에 따르면 일본은 세계 최대 연구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세계적 연구에 대한 기여도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의 이가미 마사츠라(伊神正貫) 과학기술예측정책기반조사연구센터장은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의 연구환경은 이상과는 거리가 멀고 지속 불가능하다. 연구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가미 마사츠라(伊神正貫) NISTEP 과학기술예측정책기반조사연구센터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ISTEP
이가미 마사츠라(伊神正貫) NISTEP 과학기술예측정책기반조사연구센터장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ISTEP

문부과학성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연구자 수는 중국·미국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과거와 같은 영향력 높은 연구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상위 10%에서 일본은 점유율 6%에서 2%까지 하락했다. 

아래 그래프는 2019년~2021년에 걸쳐 각국의 논문 발표 수를 정리한 것이다. 일본이 발표한 논문 수는 중국·미국·인도·독일에 이은 세계 5위지만, 인용 수에서 상위 10%에 포함된 연구 논문 수는 3767편으로 13위까지 내려왔다. 이는 일본의 연구 성과가 질적으로 퇴보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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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한국은 같은 기간 과학 논문 발표 수에서 세계 8위를 차지했다. 또 인용 상위 10%에 포함된 논문 수도 10위를 기록했다. 그동안 연구·개발(R&D) 투자를 꾸준히 늘린 성과다.  

이가미 센터장은 "이는 일본 연구자의 생산성 하락이 아닌, 다른 나라의 연구환경이 지난 수십 년간 큰 폭으로 개선된 영향"이라며 자국의 R&D 투자가 감소하는 사이 다른 국가들이 이를 추월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는 "지난 20년간 대학부문의 연구지출은 미국·독일에서 약 80%, 프랑스 40%, 한국 300%, 중국 900% 이상 증가한 반면, 일본의 지출은 10%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본 과학자들이 실제 연구에 소비하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연구비를 늘리더라도 영향력 높은 연구 창출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부과학성의 2020년 분석에 따르면 일본 대학 연구자가 과학기술 연구에 소비하는 시간의 비율은 2002년부터 2018년 사이 47%에서 33%까지 감소했다.

이가미 센터장에 따르면, 대학교수는 교육·커뮤니티·행정 업무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의학 분야 역시 병원 수익을 위해 젊은 연구자들이 임상 업무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 대학이 다양한 형태로 사회에 기여하는 장점은 있지만, 연구에 사용할 시간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네이처는 "일본 문부과학성의 조사 결과는 업무 불만의 현저한 요인으로서 연구 시간 부족을 드는 젊은 연구자 대상의 과거 조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하는 일본의 과학 논문 발표 수를 정리한 것이다. 위 그래프가 2008년~2010년, 아래 그래프가 2018년~2020년까지 발표 수로, 같은 기간 세계에서 발표된 논문에서 차지하는 일본 논문 점유율은 6%에서 4% 이하로 떨어졌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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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투입에서 뒤쳐져 연구 환경과 논문 기여도가 하락했다는 일본의 현 상황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의 현실이 한국의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과학기술 분야 전체 R&D 예산은 올해 31조1000억원에서 16.6% 삭감한 25조9152억원으로 책정됐다. 한해 R&D 예산을 5조2000억원이나 대폭 삭감하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가 전체 R&D 예산이 감소한 건 1991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질타가 이어지면서 정부는 일부 R&D 예산에 대한 확대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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