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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Focus]⑲ 아베 평창行과 독도 도발의 속내는?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위안부 문제로 그간 평창 동계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갑작스레 참석 의사를 밝혔다.

지난 24일 일본 NHK는 아베 총리가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하겠다”며 “이번 참석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 입장을 확실히 전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요구의지 피력

아베 총리는 2020년 도쿄올림픽 주최국으로서 올림픽 성공과 선수단 격려를 공식 방문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현지 언론은 아베총리의 갑작스런 입장 선회를 두고 “위안부 합의에 부정적인데다 북한과의 대화 노선을 취하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직접 담판에 나선 것”이라는 시각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자를 둘러싼 한일 합의에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향후 조치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위안부 문제는 한일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일본은 방한 의사 전달 시점 등을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한 모양새다. 특히 일본 외무성은 방한 계획을 한국 측에 즉각 알리는 대신 일본 우익 언론 보도 이후 주일 한국대사관에 전화로 ‘사후통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 정부가 언론에 미리 정보를 흘려 ‘우호 분위기’를 강조하는 걸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분석했다.

청와대는 24일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 아베총리의 방한 추진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존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한일 간 미래지향적 관계를 고려하면서 과거사는 투 트랙으로 갈 것”이라며 “지난 정부의 합의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해결됐다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며 차분한 입장을 보였다.

일본이 “기존 합의에서 1%도 움직일 수 없다”며 불편한 반응을 보일 때도 청와대 분위기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일관계 악화와 더불어 아베 총리 불참에 대한 국내 언론의 우려 속에서도 아베 총리가 결국 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한 것으로 풀이된다.

평창행 하루 만에 독도 도발’

한편 평창행 의사를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에 일본은 ‘독도 도발 카드를 빼들었다. 도쿄 도심 히비야 공원 내에 넓이 100㎡의 상설 전시관을 개설해 독도와 센카쿠 열도가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자료를 전시중이다.

그간 시마네(島根)현 등 지자체 주도로 독도 홍보관을 설치한 적은 있으나 정부 차원에서 전시관을 설치한 것은 처음이다. 에사키 데쓰마(江崎鐵磨) 영토문제담당상은 개관식에서 “영토주권을 내외에 알리는 시설”이라며 “기획전 실시와 함께 전시자료를 충실히 갖출 것”이라고 언급했다.

전시관에선 어린이를 위한 공간에 독도를 일본 영토에 포함시킨 지도를 색칠할 수 있게 색연필까지 갖춰 놨다. 일찌감치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 정부는 강력히 항의하고 폐쇄를 요구했지만 독도전시관에 대한 한국의 요구는 묵살됐다. 교토통신에 따르면 에사키 담당상은 26일 기자회견에서 “다케시마(竹島·독도)는 역사적 국제법상 분명한 일본 고유 영토다.(한국의) 비판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우 원식 원내대표는 이날 “아무리 우겨도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사실은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과 다르지 않은 진리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고 역사 앞에 부끄러움을 알기 바란다”고 응수했다.

위안부합의 후속조치에 이어 독도 영유권 갈등까지 심화되면서 양국 간 분쟁상황은 한층 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장수 장기집권 노리는 아베, “위기일수록 유리

그간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사건건 즉각적인 반발을 거듭해왔으며 아베 총리는 “합의는 국가 간 약속으로 한국의 새 방침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에서 결정된 방한을 두고 집권 여당 자민당 내에서도 한국과 국제사회에 위안부 합의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심어 줄 수 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방한을 둘러싸고 거센 비판도 있지만 무엇을 할지 그 판단과 실행은 정권을 담당하는 사람의 책임”이라며 양해를 구했다.

일각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시선을 무시할 수 없는 일본이 위안부협상 입장차로 올림픽까지 불참한다면 ‘외교적 고립’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3일 공개된 여론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평창 올림픽 참석을 찬성하는 일본 국민은 53%로 반대 입장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차피 평창행을 결정한 상황에서 굳이 위안부 관련 발언을 하겠다는 것이나 이 시점에 독도전시관을 개장하는 것은 왜일까? 위기를 강조할수록 자신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남북 대화국면이 결코 달갑지 않은 아베 총리가 연이은 강공을 펼치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베 내각 지지율은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지난해 9월 ‘북풍’을 타고 50%를 넘어섰고 이달 지지통신 여론조사(12~15일)에서도 46.6%로 비교적 높게 유지되고 있다. 북핵 위기 국면에서 발 빠른 대응으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를 선도한 데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까닭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선 북한 핵·미사일 개발로 인한 위협 증대로 일본이 장거리 순항미사일 도입을 결정한 데 대해 찬성 응답이 49.6%로 반대 의견인 38.3%보다 높게 나타났다.

아베 총리는 26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한반도 정세를 놓고 “평창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 최근 남북간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평가하지만 그동안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하고 있다”며 “대화를 위한 대화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학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30% 밑으로 떨어지면서 최대 위기에 몰렸던 아베 내각 지지율을 한껏 끌어올린 일등공신은 바로 ‘북한’인 셈이다. 아베총리는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또다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카드를 꺼내들며 비핵화 원칙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일본 국민들이 위안부 재협상 요구에 80%가 반대하고 있는 만큼 한국측에 위안부 합의 이행을 요구할수록 지지율은 동반 상승한다. 독도문제 역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수단 가운데 하나다.

지난 22일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이 끝나고 곧바로 외교연설에 나선 고노 다로 외무상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외무상이 정기 국회 개원연설에서 독도를 언급한 것은 2014년부터 5년째 반복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올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세 번째 연임을 확정짓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사학재단 특혜 의혹 스캔들과 같은 메가톤급 의혹이 터지지 않는 한 일본 최장수 총리로 등극하는 길이 탄탄대로인 듯 보이지만 9월까지 남아 있는 시간이 적지 않아 돌발 변수 등 긴장감은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외교력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발휘할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국민 지지가 세계무대에서 일본의 힘을 강력하게 하는 원동력임을 강조하고 있다.

도쿄 한복판에 ‘독도는 일본영토’라고 주장하는 전시관을 설치하고 한일 위안부 합의 재협상 불가 방침을 거듭 밝히는 것이 아베 1강 구도를 견고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외교 이슈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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