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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지난해 일본 교토의 벚꽃이 1200년 만에 가장 빨리 개화를 맞이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일본보다 훨씬 위도가 높은 섬나라 영국에서도 1980년대에 비해 1개월이나 빨리 꽃이 피고 있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세계의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관측 데이터를 통해서도 명확하지만,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정량화가 어렵다. 

이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지리학부의 울프 붕트겐 교수 연구팀은 1753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된 영국 식물 406종의 첫 개화에 관한 데이터 41만9354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2019년 영국 식물의 평균 개화일은 4월 2일로 1986년 이전과 비교해 거의 1개월 빨라진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성과는 영국왕립학회 생명과학 저널인 '영국왕립학회보 B'(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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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가 관련 그래프다. 1753~1986년의 첫 개화일을 나타내는 막대그래프(청색)와 1987년 이후의 막대 그래프(적색)를 비교하면, 첫 개화일 평균의 차는 26일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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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온난화는 강우량과 눈석임물(쌓인 눈이 속으로 녹아서 흐르는 물)의 양을 변화시키고 있는데, 이들은 개화에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세대교체가 비교적 빠른 일년생식물 등은 조기 피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려고 하지만, 기온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할 가능성도 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식물이 기후변화를 따라 급속히 진화하고 있지만 최적의 시기에 개화할지는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기온 상승이 이어진다면 영국 식물의 평균 개화일이 3월이 아닐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빨리 싹트는 농작물이 동결이나 서리해 피해로 수확량이 감소하거나, 꽃가루 알레르기의 계절이 길어질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너무 이른 개화는 사람뿐 아니라 꽃가루의 매개자인 곤충이나 초식동물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멸종이나 생물 다양성 격감의 위험성을 내포한 이 현상은 '생태적 엇박자(Ecological mismatch)'라고 불린다. 

논문의 대표 저자인 울프 번트겐(Ulf Büntgen) 교수는 "개화가 앞당겨 지는 것은 생태학적 리스크를 수반하기 때문에 실로 우려해야 할 결과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태적 엇박자다. 식물·곤충·조류 등 야생 생물은 각각의 발생 단계가 동기화하도록 진화해 왔다. 가령 어떤 식물이 꽃을 피우면 거기에 특정 종류의 곤충이 모이게 되고, 또 이곳에 특정 종류의 새가 모여드는 것이다. 어느 하나의 시기가 앞당겨져 어긋남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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