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치료용 ‘PJ34’ 분자, 암세포의 자가 파괴 유발
췌장암 세포 최대 90% 감소 확인..새로운 암치료제 기대↑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Unsplash 제공

[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췌장암은 암 중에서도 조기 발견이 어렵고 진행도 빨라, 5년 생존율이  5% 이하인 가장 위험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완치를 위한 수술은 췌장암 환자의 20~25% 정도에서만 가능한데다 재발 위험성도 높다.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TAU) 연구팀이 특정 분자 'PJ34'를 체내에 주입하는 것만으로 췌장암 세포의 자가 파괴를 유발해, 한 달 만에 최대 90%의 암세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암 생물학 국제 학술지 온코타깃(Oncotarget)에 게재됐다. 학계에서는 효과적인 암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온코타깃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온코타깃'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텔아비브대학(TAU) 말카 코헨 아몬(Malca Cohen-Armon) 교수와 세바 메디컬센터(Sheba Medical Center) 암연구소의 타리아 고란(Talia Golan) 박사가 이끈 이스라엘 연구팀은 면역을 억제한 생쥐 24마리에 췌장암 세포를 이식해 암세포를 자가 파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코헨-아몬 교수는 “2017년에 발표된 연구에서 정상적인 세포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복제하는 동안 인간 암 세포의 자가 파괴를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면서 “인간 췌장암 세포를 효율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이 정보를 활용했다. 이번 결과는 다양한 암세포에서 이러한 자가 파괴 메커니즘을 유발하는 특정분자(PJ34)를 통해 얻었다”고 밝혔다.

말카 코헨 아몬 교수(왼쪽)와 타리아 고란 박사(오른쪽)
말카 코헨 아몬 교수(왼쪽)와 타리아 고란 박사(오른쪽)

연구팀은 쥐를 8마리씩 총 3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각의 쥐에 인간 췌장암 세포를 이종 이식해 2주간  쥐의 체내에서 췌장암 세포를 증식시켰다.

그 후 두 그룹의 쥐에 뇌졸중 환자의 치료를 위해 개발된 ‘PJ34’ 분자를 혈액에 주입했다. PJ34은 뇌허혈(brain ischemia)로 인한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활성화를 억제해 신경세포 사멸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지금까지 암 치료에 이용된 사례는 없다.  

PJ34 투여 그룹 가운데 A 그룹은 1주일에 5번, B 그룹은 1주일에 3번 투여가 이루어졌다. 또 대조군인 3번째 C 그룹은 1주일에 5번씩 생리 식염수를 주입했다.

3주간 진행된 PJ34·식염수 투여 실험이 끝났을 때, PJ34를 5회 투여한 A 그룹은 종양 크기가 약 40% 감소하는 변화가 관찰됐다. 뿐만 아니라 PJ34 치료 한 달 후 쥐 체내 췌장암 세포를 조사한 결과, PJ34를 투여한 A와 B 두 그룹 모두 췌장암 세포가 무려 80~90% 감소했다. 이는 PJ34가 쥐 체내의 인간 췌장암 세포를 유의미하게 감소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외에도 연구팀은 PJ34를 주5회 투여한 A 그룹에서 한 마리의 쥐가 치료 시작 후 56일째에 종양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데일리포스트 이미지 출처=Pixabay 제공

코헨 아몬 교수는 “PJ34는 세포막을 뚫고 들어가지만 인간 암세포에만 영향을 미친다. 이 분자는 인간 암세포가 복제될 때 이상을 일으켜 결과적으로 급속한 암세포 사멸을 일으킨다. 즉 암세포 증식 그 자체가 암세포를 스스로 파괴하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는 췌장암 치료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동물 실험에서 부작용과 체중 증가 등 눈에 띄는 변화나 이상 행동이 없었다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와 함께 진행한 다른 실험에서 췌장암 이외의 다른 암세포에서도 PJ34가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코헨 아몬 교수는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큰 동물을 통해 PJ34 효과를 확인해, 최종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암 치료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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