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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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날은 올 것인가? AI와 자율주행,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진화하면서 영화에서만 보던 것들이 점점 실체화되어 가고 있다.

◆ 언캐니 밸리란?

휴머노이드 AI 로봇 ‘소피아’처럼 사람을 닮은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종종 등장하는 용어가 있다. 바로 ‘언캐니 밸리(불쾌한 골짜기, Uncanny valley)’다.

이는 1970년 로봇 공학자 모리 마사히로(森 政弘)가 주장한 개념으로 로봇이 인간과 닮을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구간에서 갑자기 강한 공포감·거부감·불쾌감 등을 느끼게 된다는 이론이다. 

소피아는 2015년 홍콩의 작은 실험실에서 출발한 핸슨 로보틱스가 인공지능과 로봇기술을 결합해 제작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사람과 비슷한 소재의 피부를 지녔고, AI 알고리즘으로 60가지 이상의 감정을 표정으로 나타낸다. 문제는 사람과 흡사한 외모와 움직임 때문에 오히려 불쾌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열린 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
지난해 1월 서울에서 열린 AI 로봇 소피아 초청 컨퍼런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로봇 소피아를 직접 만져본 한 어린이는 “사람 같아요. 그런데 무서워요”라고 표현했다. 이처럼 인간과 흡사한 로봇의 모습과 행동에 거부감을 보이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로봇의 불완전성이 오히려 부각돼 ‘이상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수준을 넘어서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로봇이 인간과 많이 닮았다면 호감도는 다시 상승해 인간에 대해 느끼는 감정 수준에 가까워진다. 모리 박사는 이처럼 급하강하다 급상승한 호감도 구간을 그래프로 그리면 깊은 골짜기 모양 같다고 해서 이를 '언캐니 밸리' 이론이라 명명했다.  

인간과 비슷해 보이는 로봇을 보면 생기는 감정을 도식화한 언캐니밸리 이론
인간과 비슷해 보이는 로봇을 보면 생기는 감정을 도식화한 '언캐니 밸리' 이론

◆ 로봇에 거부감을 느끼는 신경 메커니즘 연구   

이런 가운데 최근 "언캐니 밸리 현상은 왜 발생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독일 아헨공과대학((RWTH Aachen University)의 아스트리드 로젠탈 폰 퓌텐(Astrid Rosenthal von der Puetten) 교수는 "인간의 모습 및 행동과 비슷하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며 인간을 닮은 로봇은 언캐니 밸리의 위험을 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영국과 독일의 신경과학자와 심리학자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언캐니 밸리 현상이 발생할 때 뇌에서 일어나는 메커니즘 식별을 통해 인간을 닮은 로봇과 CG 등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개선하는 첫 걸음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연구 논문은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신경과학지(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된 연구팀 논문

공동 저자인 캠브리지 대학 파비안 그라벤호르스트(Fabian Grabenhorst) 박사는 "신경 과학자에게 '언캐니 밸리'는 흥미로운 현상이다. 처음에 주어진 감각입력(시각정보 등), 가령 로봇 사진을 인간 혹은 비인간으로 느끼는지를 판단하는 신경 메커니즘의 존재를 암시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보는 취향을 결정하기 위한 다른 평가 시스템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언급했다.

연구팀은 언캐니 밸리 신경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해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를 이용한 2가지 테스트를 통해 21명의 실험 참가자 뇌 패턴을 조사했다.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인간과 다양한 로봇(안드로이드, 휴머노이드, 산업용 기계 로봇) 사진을 여러 장 보여주고 그들에 대한 호감도와 "얼마나 인간답게 느끼는가?"에 대한 평가를 요청했다.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사진으로 본 인간과 로봇 가운데 "어느 정도까지 본인 선물을 골라달라고 허용할 수 있나?"를 판단해 달라고 했다.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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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테스트에서 실험참가자들은 전형적인 언캐니 밸리 현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들의 뇌 활동을 측정해 어떤 뇌 영역이 이러한 감각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분석했다.

◆ ‘언캐니 밸리’ 현상에 관여하는 뇌 속 영역은? 

연구 결과, 시각 정보를 처리하는 시각피질(visual cortex)에 가까운 일부 뇌 영역이 '인간다움'에 대한 뇌의 신호를 만들어 내보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뇌의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 영역 일부에서 언캐니 밸리 현상으로 이어지는 다른 활동이 관측됐다.

지금까지의 연구로 전전두피질은 모든 종류의 자극을 판단하는 시스템을 가진 영역으로, 가령 ‘편한 느낌’과 같은 사회적 자극의 보상 가치를 나타낸다고 알려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내측 전전두피질(medial PFC, mPFC)의 두 영역이 언캐니 밸리 현상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한 부분은 '인간다움'에 관한 뇌의 신호를 "인간이라고 판단했다"는 신호로 변환하고, 나머지 한 부분은 '인간다움'에 대한 신호를 호감도 평가와 통합한다. 이 두 가지 기능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을 식별하고 그것이 그대로 호감도 평가로 이어졌다.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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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vmPFC(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라는 영역은 실험 참여자가 사진을 통해 본인의 선물을 골라달라고 허용할 수 있는 대상을 선택할 때 활발했다. 반면 로봇의 선물을 거부할 경우에는 감정적 반응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특히 활발해졌다. 흥미로운 사실은 로봇에 대한 허용과 거부 반응에 개인차가 있었다는 점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보다 호감을 가질 수 있는 로봇을 설계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라벤호르스트 박사는 "뇌 영역에서 발생하는 이러한 평가신호는 사회적 경험에 의해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퓌텐 교수는 "언캐니 밸리 강도에 개인차가 있음을 제시한 첫 연구다. 인간과 유사한 로봇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존재한다. (언캐니 밸리를 넘을 만큼 완벽한 로봇이 아니라면) 모두에게 사랑받거나 모두에게 거부감을 주는 단일 로봇의 설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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