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드러낸 일본…뒤쫓는 중국…갈피 못 잡는 한국

[데일리포스트=황선영 기자] 4차산업 혁명(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은 이제 전 세계 국가적 관심사가 되고 있다. 약 1760년대부터 1820년대 사이 영국에서 비롯된 제1차 산업혁명 이후 인류는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거대한 문명과 기술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석탄과 철을 주원료로 하고 면직물 공업과 제철 공업 분야의 1차 산업혁명 이후 급변하는 산업화 사회는 이제 단순히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의 두뇌에 가까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미래 산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4차산업 혁명이라는 새로운 산업시대를 앞두고 정부와 민간 차원의 혁신 개발 발굴과 정책 지원을 위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제는 우리가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얼마만큼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정치와 경제, 사회, 그리고 역사적인 측면에서 절대 숙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은 4차산업 혁명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4차산업 혁명 전성기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함께 산업특징과 사회문제 등이 비슷한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준비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다행스럽게도 스마트공장 설립 정도에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이원태 연구원)

잃어버린 20년은 옛말…일본의 경제 부활

4차산업 혁명을 논하고 있는 우리는 지금 일본이 4차산업 혁명을 얼마나, 또 어떻게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고 어디까지 추진하고 있는지 자각(自覺)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의 4차산업 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면 우리나라는 미래의 산업 주도권이 걸린 4차산업에 너무 방심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최근 일본의 경제지표를 보면 두드러진 성장률은 아니지만 일할 사람이 부족해 산업 현장에서 인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일각에서는 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력난 아니냐는 시각도 팽배하지만 이는 실제 일본의 현재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일본의 산업현장 곳곳에서 인력난이 심화됐다고 해서 일본 경제지표나 물가수준, 임금 등을 감안할 때 경제가 크게 살아났다는 긍정적인 면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오히려 부정적인 지표가 더 많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일본 경제의 시작이 되고 끝이 되는 일본 기업의 조용하지만 무섭도록 치밀한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자기자본 이익률 가파른 상승세…일본 기업의 전성기 시대

지난 2017년 일본 상장기업 자기자본 이익률이 금융업을 제외하고 10.4%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4%대의 자기자본 이익률, 말 그대로 기록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수치는 일본이 상장기업의 자기자본 이익률에 대한 통계를 시작한 지난 1982년 이후 최고점을 찍은 것으로 이는 그동안 침체국면의 일본 경제와 기업이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 경제가 장기간 침체 국면에서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기업의 이 같은 성장세는 가히 주목할만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일본 메이저 기업들은 국제적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높은 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미래경영 포럼 박성환 대표는 “일본 기업들의 자기자본 이익률이 성장한 가장 큰 요인은 아무래도 일본 기업들이 전체적으로 체질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실제로 소프트뱅크의 경우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도 지속적으로 막대한 연구개발에 자금을 투자하면서 오히려 높은 성과를 나타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실제로 지난해 일본의 주요 기업들 대다수가 사상최대 규모의 연구개발 비용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단기간 투자에 높은 성과를 기대하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과 크게 대비된다.”고 강조했다.

기업의 체질개선이 기업의 성과를 높이는 촉매제가 된다는 것, 현재 일본 주요 기업들의 체질개선에 따른 이익률 성장을 보면서 태평양 전쟁의 촉매제가 된 진주만 기습이 떠올랐다.

과거 열강들과 함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동아시아를 재패했던 일본은 거대 열강인 미국과 영국 등에 맞서기 위해 이미 지배하고 있던 식민지 등을 통해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최신의 무기들을 조용히 생산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생산한 최신의 무기와 강력한 군대는 급기야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미국을 넘보기 시작했고 이는 기습적인 진주만 공격에서 그 실체를 드러냈음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사진 출처=영화 '진주만' 캡처
사진 출처=영화 '진주만' 캡처

전 세계 곳곳에서 식민지 정책을 펼치고 있었던 서구 열강 그 어느 국가에서도 동쪽의 작은 섬나라 일본이 미국을 도발할 것이라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보면서 일본의 치밀한 계획을 앞세운 4차산업 혁명은 과거 잃어버린 20년을 단박에 회복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차산업 혁명 시대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것이라는 일본의 전망은 그들의 숨겨진 저력, 즉 원천기술에서 시작될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1980년대~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가정집마다 소니(Sony), 파나소닉(Panasonic) 등 일본 가전제품이 즐비하게 늘어선 적이 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과거 진주만 기습 공격의 대상이었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 국가에서 일본의 전자제품은 품귀현상이 일어날 만큼 날개 돋힌 듯 팔려나갔다.

이처럼 태평양 전쟁 패전과 함께 몰락했던 일본은 IT 산업을 바탕으로 서서히 전 세계를 잠식해 나갔다. 그랬던 일본의 IT산업이 어느 순간 시장에서 퇴보를 거듭하기 시작했다.

패전 이후 가장 빠른 경제 성장 신화...일본의 위기

새로운 혁신을 강조하고 나선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그리고 우리나라 삼성과 LG등의 높은 기술력이 뒷받침된 IT산업이 일본을 추격하며 글로벌 시장을 잠식해 나갔기 때문이다.

여기에 ‘짝퉁의 나라’로 저평가 됐던 중국 역시 민주화 개방 이후 산업화 바람과 함께 벤치마킹을 바탕으로 개발을 거듭하면서 글로벌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일본을 위협했다.

미국과 함께 경제적으로 동등한 수준까지 오르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보였던 일본은 엔화 가치를 기존 대비 46% 상향하는 이른바 플라자 합의에 이어 기업과 개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확대 등 거품경제가 결국 일본 경제 침체의 촉매제가 됐다.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2차 세계대전 패망 이후 가장 빠른 경제 성장률을 기록했던 일본의 경제가 어느 순간 시들해지면서 글로벌 시장은 평준화됐다.

하지만 이처럼 숨죽였던 일본이 지금 또다시 4차산업 혁명 시대를 준비하며 움추렸던 어깨를 펴고 재기에 나설 수 있는 동력은 바로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IT 등 원천기술력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일본 기업들은 원천기술을 기본으로 연구개발을 통해 체질을 개선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 기업들은 어디에 투자를 했을까?

물론 자신들이 가장 장점으로 생각하고 있는 자동차나 로봇, IT 기술에 적용 될 4차산업 혁명 기술 연구개발에 엄청난 투자에 앞다퉈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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