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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ㅣ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ㅣ취침과 기상 타이밍은 사람마다 다르다. 흔히 말하는 아침형 인간(early bird)과 저녁형 인간(night owl)이다. 이 같은 인간의 체내 시계는 시계 유전자(clock gene)에 의해 리듬이 정해지기 때문에 취침 리듬을 의지로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계 유전자에 포함된 다양한 유전자 변이는 아침형·중간형·저녁형으로 구분되는 '크로노타입'(chronotype·시간유형)에 영향을 미친다. 크로노타입은 일주기 리듬에 따라 사람이 하루 중 가장 활발하게 깨어있고 잠드는 시간대에 관한 경향을 구분한 지표다.

여성 간호사 6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최신 연구에서, 취침과 기상 시간을 결정짓는 '크로노타입'과 제2형 당뇨병 위험 사이에 큰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미국 내과 학회 학술지 ‘내과학 회보(Annals of Internal Medicine)’에 게재됐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Annals of Internal Medic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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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연구로 크로노타입이 대사 조절 기능·혈당치·제2형 당뇨병 발생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 메커니즘은 불분명했다. 

이에 미국 하버드 대학 의대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팀은 ▲크로노타입과 생활습관병 위험의 관계 ▲노력으로 개선 가능한 범위의 라이프스타일이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했다.

분석에는 여성 간호사를 대상으로 한 건강 조사인 '간호사 건강 연구(NHS) II'의 데이터를 이용했다. 데이터 수집 기간은 2009년부터 2017년으로 참가자는 암·심혈관질환·당뇨병 병력이 없는 45세~62세 여성 간호사 6만3676명이었다.

연구 참가자의 크로노타입은 '명확한 저녁형'이 약 11%였고, '명확한 아침형'이 약 35%, 나머지 약 절반은 '중간형', 즉 아침형이나 저녁형 경향이 전혀 없거나 조금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또 전체 참가자 둥 1925명이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 

연구 결과, 저녁형 인간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아침형보다 54% 높고,생활습관 요인을 고려하지 않았을 경우 당뇨병 위험은 72%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활습관 평가에서 저녁형 인간은 '최고' 등급이 6%에 그친 반면, '최악' 등급은 25%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저녁형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음주량이 많고 ▲식사의 질이 낮으며 ▲수면시간이 짧고 ▲흡연습관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체중·BMI·운동량이 건강에 좋지 않은 수준인 경우가 흔했다. 

한편, 생활습관 요인을 고려하면 크로노타입과 당뇨병 위험의 연관성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BMI', '신체활동', '식사의 질'로 조정했을 때 당뇨병 위험 상승률은 각각 31%, 54%, 59%였으며, 모든 생활습관 요인을 고려하면 저녁형 인간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19%까지 완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포스트=이미지 제공/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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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저녁형 인간의 올바르지 못한 생활습관이 혈당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논문 최대 저자인 시나 키아너시(Sina Kianersi) 역학·생물통계학 교수는 "저녁형 인간은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았지만, 흡연·식생활 불균형과 같은 건강하지 못한 생활습관을 조정할 경우 그 위험의 상당 부분이 감소했다"고 강조했다. 

흥미롭게도 저녁형 인간과 당뇨병 위험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주간에 일하고 야근은 하지 않는 간호사들에게서만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키아너시 교수는 "위험의 일부는 크로노타입, 즉 체내 시계와 본질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야간에 근무하는 저녁형 인간의 경우 당뇨병 위험은 나타나지 않았다. 즉, 일하는 방식을 자연스러운 체내 시계의 리듬에 맞추는 것이 유익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어디까지나 크로노타입과 당뇨병 위험 사이의 연관성을 조사한 것이기 때문에 '저녁형 생활로 당뇨병에 걸렸다'는 인과관계까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점에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팀은 "건강에 좋지 않은 습관과 당뇨병 위험 성향이 저녁형 인간을 만들 수도 있고, 저녁형 생활로 제2형 당뇨병 위험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스스로를 '저녁형 타입'이라고 생각한다면 라이프스타일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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