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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죽었다던 현송월…밥그릇까지 훑은 ‘한국 언론’

‘오보’ 받아쓰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복사기 언론’

[데일리포스트=송협 편집국장] “2013년 8월29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교제상대로 거론된 적이 있는 인민가수 현송월(玄松月)씨를 포함한 북한 예술가 11명이 음란물 제작과 판매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됐다.

북한에서 유명한 ‘은하수 관현악단’의 소속 가수 현송월씨와 단원, 그리고 왕재산경음악단 단원 등 총 11명이 기관총에 의한 공개 처형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의 최초 보도는 한국 <조선일보>가 중국 소식통을 인용한 것으로 돼 있지만 진위는 불분명하다.”

지난 2013년 우리나라는 물론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김정은 북한 노동 위원장의 내연녀로 알려진 인민가수 현송월이 공개 처형당했다는 내용을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한 ‘허핑턴 포스트 재팬’이 2013년 8월 30일 게재한 기사의 내용이다.

조선일보 기사를 인용했다는 ‘허핑턴 포스트 재팬’ 기사에 앞서 29일 한국의 언론들은 <조선일보>의 단독성 기사를 토시 하나 빠트리지 않고 일제히 쏟아냈다.

당시 <조선일보>가 단독으로 공개한 ‘현송월 공개총살’ 관련 기사는 ‘북 김정은의 연인 현송월 등 음란물 찍고 총살’, ‘北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혐의…공개 총살’ ‘ 北 김정은 옛 애인 음란물 제작 혐의…공개 총살’ 등의 제목으로 삽시간에 포털 실시간 검색어를 융단 폭격했다.

관련 기사는 최초 조선일보에 의해 공개됐지만 그 제목과 내용까지 군더더기 하나 빠지지 않고 베껴 쓴 탓에 조선일보 단독 기사가 아닌 공동 취재단 기사로 착각하는 이들도 볼 수 있었다.

실제 조선일보가 보도한 현송월 공개 총살이 사실인지 여부에 대해 그 어떤 언론사도 개이치 않았다. 언론사에게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팩트 체크’도 뒷전이었다.

부득이하게 기사를 받아써야 할 상황에서도 내용을 보강하거나 추가해야 하는 역할과 양심은 일찌감치 안드로메다에 장기 보관한 이 얼치기 언론사들은 오직 가십성 기사로 네티즌들의 호기심을 낚아 클릭수와 조회수 늘리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일반인들에게는 낯 설은 ‘듣보잡 언론’ 뿐 경향신문과 같은 대형 언론 등 역시 듣보잡 언론과 어깨를 견주며 ‘오보’ 경주에 동참했다.

팩트 체크 없이 탈북자 단체나 정체모를 중국 소식통 주장만 고스란히 믿고 마구잡이식 기사를 토해낸 국내 언론의 호들갑에 외신들 역시 덩달아 널뛰기 하듯 김정은의 애인 현송월 공개 처형 소식을 전 세계에 전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쯤 되면 같은 시기 박격포에 맞아 공개처형 됐다고 알려진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도 부활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8년 1월 21일 <조선일보>를 필두로 국내 언론들이 앞 다퉈 음란물 제작과 배포 혐의로 공개총살을 당했다고 보도하고 나섰던 현송월이 방남(訪南)했다.

이미 오래전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고 알려진 현송월이 마치 부활(復活)이나 한 듯 버젓이 대한민국 땅을 밟은 것이다.

그것도 오는 2월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할 북한 예술단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의 신분으로 공연장 사전점검을 위해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부활의 여신 현송월의 방남은 대한민국 언론을 요동치게 만들었다. 5년 전 공개총살형을 단독 보도했던 조선일보를 포함한 모든 언론이 현송월 단장의 방남 기간 족적을 찾아 헤매인 것도 모자라 그녀의 옷차림과 머리스타일, 말투와 걸음걸이, 심지어 그녀가 먹다 남긴 음식 찌꺼기에도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고 나섰다.

방남 첫날 현송월의 행적을 깨알같이 피력하며 서울역과 강릉을 구름떼처럼 에워싸고 나선 기자들은 그녀가 얼마짜리 호텔에서 묵었는지를 시작으로 코스 요리에 나오는 메뉴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다뤘다.

현송월 단장의 은빛 여우목도리를 비롯해 앵글부츠, 메이크업, 그리고 단정하게 묶은 머리핀에 이르기까지 관련 기사는 22일 현 단장이 방남을 마치고 돌아가는 날까지 지면과 방송, 인터넷 포털을 도배하고 또 도배하면서 뉴스를 접하는 많은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정도면 현송월 단장의 용변까지도 들여다 볼 태세다. 오늘은 무슨 색의 어떤 향기가 나는 용변을 봤다고 말이다.

이 소름이 돋을 만큼 지나친 과열 취재 현상을 바라보면 저급한 한국 언론의 자화상을 느낄 수 있다. 아니면 죽지도 않은 사람을 공개총살 시켰다는 일말의 양심이 더해져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당최 알 수가 없다.

문제는 5년 전에 총 맞아 죽은 현송월 단장이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남북이 함께 한다는 본질 보다 그녀의 모든 일거수일투족을 경쟁적으로 기사화하고 나선 한국 언론의 비뚤어진 집착에 염증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 국민들이 ‘기레기’라는 수식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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