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정은 기자]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산하 오큘러스를 통해 중국 가상현실(virtual reality, 이하 VR) 시장을 공략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업체 샤오미와 제휴하는 일종의 우회 전략으로 그간 활로가 차단된 중국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점에서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샤오미와 제휴해 중국 한정 VR 헤드셋 출시

일본 주간지 JBpress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페이스북 산하 VR(virtual reality, 가상 현실) 업체 오큘러스와 샤오미가 제휴해 중국 한정의 새로운 VR 헤드셋을 발매할 계획이다.



명칭은 ‘미 VR 스탠드얼론(Mi VR Standalone)’이며 단독으로 VR을 체험할 수 있는 독립형 헤드셋이다. 오큘러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9일(현지시간) Mi VR Standalone을 공개했다. 가격은 199달러(한화 약 21만원)로 오큘러스의 '리프트(Rift)' 등 PC 기반 VR 헤드셋과 비교해 매우 저렴한 가격이다.

오큘러스는 지난해 10월 ‘오큘러스 고(Oculus Go)'라는 독립형 헤드셋을 발표하고?올해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중국에서 출시할 헤드셋이 이 제품의 기술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중국판?Oculus Go'라고 불린다.?제품 판매 가격도?199달러로 동일하다.

또 오큘러스와 샤오미가 이미 ‘Oculus Go’ 생산에 협력해 왔다는 사실도 이번에 밝혀졌다. WSJ에 따르면 신규 VR 헤드셋은 샤오미가 중심이 되어 판매하며 제품에 오큘러스 VR 로고를 부착한다.



테크크런치는 "샤오미는 중국에서 인지도 높은 브랜드다. 이는 페이스북이 샤오미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으며 WSJ는 ”오랫동안 소셜미디어가 차단된 중국에서 페이스북 브랜드 노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에서의 SNS 재개는 여전히 불투명

중국 정부는 최근 정권에 비판적인 인터넷 언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 규정으로 페이스북은 2009년 이후 중국에서 차단된 상황이다. 페이스북 산하 '인스타그램(Instagram)'은 2014년 홍콩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 당시 차단됐고 산하 메시지앱 '왓츠앱(WhatsApp)' 역시 지난해 7월 일시적으로 차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금까지 다양한 대중외교를 펼쳐왔다. 2015년 10월 중국을 방문해 칭화대학(淸華大學) 총장과 회담하고 이 대학에서 행한 강연에서는 유창한 중국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는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인 마윈(馬雲) 회장과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 겸 CEO 등과도 만나는 등 중국 IT 거물들과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또 2014년 중국 인터넷 규제당국의 대표가 페이스북 본사를 방문했을 당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생각을 담은 책을 항상 책상 위에 두고 있다며 중국을 중시하고 있음을 어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장 봉쇄 이후 수 년간에 걸쳐 중국 시장 재진입을 노려온 페이스북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에서 SNS 서비스 재개는 결코 녹녹치 않다. 따라서 페이스북은 주요 SNS 서비스 대신 급성장하는 중국 VR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미 자체 VR 헤드셋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샤오미 입장에서도 이번 제휴는 자사 VR 기술력과 시장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VR/AR 헤드셋, 테터드형(tethered)과?독립형(Standalone)으로 이행

한편 美시장조사 기관인 IDC는 VR/AR(augmented reality, 증강 현실) 하드웨어 제품을 3가지 카테고리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디스플레이로 이용하는 ‘스크린 레스뷰어(간이형)’로 대표적으로 삼성의 Gear VR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PC/게임기 등과 연결해 처리 성능을 외부 단말에 의존하는 테터드(tethered)형이다. Oculus Rift나 HTC Vive, PlayStation VR 등의 HMD(Head mounted Display)가 대표적인 제품이다. 세 번째는 앞서 소개한 Mi VR Standalone이나 Oculus Go처럼 전용칩과 OS를 탑재하고 개별적으로 동작하는 ‘독립형 HMD’다.

IDC 발표에 따르면 VR/AR 헤드셋 전세계 출하대수에서 차지하는 ‘스크린 레스뷰어(간이형)‘ 비율은 현재 58.8%다. 그러나 앞으로는 간이형이 점차 감소해 2021년이면 14.8%까지 하락할 전망이다.

반면 PC와 게임기 등과 연결해 사용하는 '테터드형‘은 향후 몇 년이면 과반을 차지할 전망이며 ’독립형‘도 50% 가까이 될 것이라고 IDC는 예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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