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 “은행원 뽑아 특전사로 키우려고 하나?”

[데일리포스트=송협 기자] “국민은행장님,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신입직원들에게 100키로 행군을 시킬 수 있나요? 피임약은 또 뭐고…OT에 필요한 다른 프로그램도 많은데 너무 잘못한 것입니다. 아이디어 낸 직원 징계하세요. 대기업 재직 중인 제 입장에서는 이해불가입니다.”(네티즌 OOOKim)

KB국민은행(대표 허인)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연수 중 무박 2일에 걸쳐 100km 행군 프로그램과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공분을 사고 있다.

시대가 빠르게 변천하고 은행의 업무도 과거 수작업에서 인공지능과 핀테크 시대에 들어섰지만 기업 문화는 여전히 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금융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달 충남 천안에서 실시된 신입사원 연수 프로그램 과정에 이틀에 걸쳐 100km 행군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도전 100km 나눔의 길 걷기’라는 제하의 행군 프로그램은 자사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의 도전정신 함양과 단합을 강조하며 이뤄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논란은 어렵게 시험에 합격한 취업 초년생들을 상대로 과거 구태적인 기업의 문화를 답습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국민은행이 제시한 것처럼 강제성 없이 도전정신 함양과 단합을 위해 자율적 참여 프로그램이라고 하지만 이제 갓 입사한 신입사원 입장에서 당연히 거부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닐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이번 행군 프로그램에 앞서 신입 여직원들을 상대로 “행군 과정에서 생리주기가 겹치면 힘든 만큼 필요하면 요청하라”며 제공한 피임약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겨울철 혹한의 날씨에 남자 사원들도 힘겨워 하는 100km 행군을 위해 신입 여직원들에게 피임약을 제공하는 발상 자체가 상식 밖의 행위”라며 “엄밀히 따지면 이런 행위 자체가 성희롱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상식 밖의 프로그램을 추진한 국민은행은 논란이 거세지자 프로그램은 자율적으로 진행된 만큼 회사의 강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행군 프로그램에 회사가 강제성을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자율적으로 추진됐고 또 피임약 지급 역시 자발적으로 요구한 사원에게만 제공했다.”고 해명했다.

네티즌들은 국민은행의 100km 행군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 ‘도전정신 함양과 단합이 아닌 시대적 착오 정신이 팽창된 구태 기업의 전형’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아이디 OO쉬는 “신입사원들이 무슨 논산훈련소 훈병들인 줄 착각하는 국민은행, 은행근무 하는데 행군이 정말 필요한지 궁금하다. 결국 자발적이라고 해도 회사측의 갑질로 받아들이게 된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 OOO쩡은 “내가 기사를 잘못 본 건가? 2018년 기사가 맞나? 30년전 기사인 줄 알았음.”이라며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 OO카라는 “국민은행 미쳤구나? 이 시대에 그런 사고로 살아남을 수 있다 생각하나? 체력은 로봇이 더 강하다 차라리 로봇을 채용하라.”고 성토했다.

한편 신입사원 100km 행군과 여직원 피임약 제공 논란을 일으킨 KB국민은행의 모기업 KB금융그룹 회장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로 올해 또 다른 도전과 희망의 한 해로 만들자”고 주문했다.

윤 회장이 강조한 ‘자강불식’을 풀이하면 “스스로 굳세게 다지고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뜻으로 논란이 된 국민은행 신입사원의 네이비씰 훈련과 같은 연수 프로그램의 과정이 자강불식 정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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