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원·위안화 직거래를 외면하고 여전히 홍콩 계좌를 사용함에 따라 원·위안화 직거래 시장의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지난해 12월 직거래 시장 출범에 발맞춰 18개 은행이 국내 청산결제 계좌를 개설했지만 정작 주거래 계좌로 이용하는 은행은 4개에 불과하다.



정부가 지난해 '위안화 금융 중심지' 계획을 발표하고 원·위안화 직거래에 필요한 인프라를 마련해 육성에 나섰지만 정작 시중은행들은 참여를 꺼리고 있는 모양새다. 19일 국내 청산결제은행인 중국교통은행 서울지점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청산결제 계좌를 개설한 시중은행 18개 중 실제 주거래 계좌로 이용하는 은행은 외환, 우리, 기업, 하나 등 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은행은 다음주부터 사용할 예정이다. 신한·국민 등 나머지 은행은 여전히 홍콩의 청산결제 계좌를 이용하고 있다. 원·위안화 거래량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국내 개설된 청산결제 계좌를 통해 거래되는 양은 미미하다. 심지어 국내 은행, 국내 기업 간 거래도 홍콩 청산결제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되는 실정이다. 교통은행 서울지점 관계자는 "일평균 원·위안화 거래량 중에서 순수하게 한국 청산결제은행 계좌를 통해 거래되는 양은 20~30%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원·위안화 은행 간 직거래 시장은 한국을 역외 위안화 금융 중심지로 만들자는 한·중 정상 간 합의에서 시작돼 지난해 12월 1일 출범했다. 아직 초기 단계로 홍콩·싱가포르·런던 같은 다른 역외 위안화 허브와 경쟁하기는 역부족이다. 위안화 허브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원·위안화 거래량이 많은 시중은행들 참여가 전제돼야 하는데 당사자인 은행들이 꾸물거리고 있다.



교통은행 관계자는 "국내 직거래 시장이 홍콩·싱가포르 같은 다른 역외 허브와 경쟁하려면 충분한 위안화 유동성이 확보돼야 하는데 은행들은 익숙한 업무 관행을 바꾸기를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 은행 관계자는 "위안화 예금뿐만 아니라 대중 무역 흑자로 쌓인 위안화가 국내외 시장에 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려면 국내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국내 청산결제 시스템이 아직 불완전해 거래를 시작하기에 리스크가 크다는 생각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출범한 지 얼마 안 돼 거래량이 적은 데다 오류 위험이 있어 불안하다"며 "혹시라도 사고가 발생해 위안화 업무가 마비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통은행 관계자는 "시스템상 전혀 문제가 없는데 실무진이 국내 청산결제에 필요한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업무 방식을 바꾸기를 꺼려한다"고 반박했다. 인센티브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외환건전성 부담금을 일정 비율 낮춰주고 있지만 실익이 적다"며 "결제 수수료 인하 같은 확실한 인센티브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위안화 허브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들이 당장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는데 품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청산은행을 이용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홍콩도 지금의 위안화 허브로 성장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정부와 교통은행, 시중은행들이 합심해서 청산은행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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