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김혜경 기자] 아프리카 3개국 순방을 끝낸 박근혜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이번 해외 순방 마지막 방문국인 프랑스에 도착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잦은 해외 방문 소식에 이제 국민들은 해외 순방이 아닌 해외 여행을 가는 것 아니냐며 비꼬기도 합니다. 산적한 국내 현안을 뒤로 한 채 쫓기듯 떠나는 모양새로 보이기 때문이죠. 이에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정치는 국내 정치에서 점수를 따지 못하자 이를 만회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지난달 국내에서는 안타까운 사고들이 이어졌습니다. 서울 지하철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 점검을 하던 청년 1명이, 경기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4명이 숨을 거두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혹자는 대통령이 자리를 비울 때마다 큰 일이 터지는 것을 두고 단순히 운이 나빠 그렇다고 합니다. 원인 제공자는 아니라는 이야기죠. 그러나 국내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해외로 떠나는 대통령을 두고 국민들은 의문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패턴을 살펴봤을 때 각종 사회적 이슈로 곤경에 몰릴 때마다 먼저 해외 순방길에 오른 경우도 있어 도피성으로 보인다는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세월호 참사 1주기 당시 유가족들이 선체 인양과 관련해 안산 합동분양소를 방문해 답을 달라고 했을 때도 팽목항만을 방문하는 등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를 가진 뒤 중남미로 떠났습니다.?또 지난 2013년 6월 중국 방문 직전에는 남재준 전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해 논란이 불거졌고, 2014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 때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가 벌어진 바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성완종 리스트’ 파문과 순방 일정이 공교롭게도 겹치기도 했습니다.


이번 순방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박 대통령은 ‘상시 청문회법’ 처리 등 산적한 국내 문제를 뒤로 한 채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이 법은 국회의원 과반수가 동의하면 정부 측에 현안에 대한 청문회 요구가 가능하다는 것을 골자로 합니다. 20대 국회의 향방을 좌우할 법일 뿐만 아니라 경찰 물대포에 맞아 현재 사경을 헤매고 있는 백남기씨 사건과 관련된 청문회를 열 수도 있기 때문에 중요한 현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해외 순방을 떠나기 전 이와 관련된 어떠한 발언도 없었고, 해외 순방 중 황교안 국무총리를 통해 거부권을 전자결재로 승인했습니다. 야권에서는 책임 회피라는 비판과 함께 대통령이 외국에 나가 민감한 국내 정치 사안을 결정하는 일이 또 반복됐다며 강력 반발했습니다.


청와대는 항상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후에 수십 건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막대한 규모의 현지 사업권을 따냈다며 홍보하고 나섰습니다. 이번 아프리카 순방 후에도 경제협력과 북핵공조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각종 정치 사회적 이슈로 궁지에 몰린 박 대통령이 국제적 성과로 국내 여론을 잠재워 보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길에 오를 때마다 여론 조사 지지도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리얼미터가 지난 23~27일 전국 남녀 유권자 2532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전주보다 1.6%포인트 오른 33.9%로 집계됐습니다. 그러나 이는 반짝 지지율일뿐더러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성과도 공수표 남발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국외 순방 성과로 자주 언급되는 ‘양해각서’의 경우 법적 구속력이 약할 뿐 아니라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미지수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국내에서는 각종 사회적 이슈로 국민의 불안감이 연일 팽배해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현 정부는 국내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근본대책을 고민하기는커녕 해외 순방 성과를 부풀리는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사진=청와대 제공>

저작권자 © 데일리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