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스트=부종일 기자]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에 대해 사과 기자회견을 연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 대표는 “본사를 대표해 사과한다”고 한 반면 본사의 책임 추궁에 대해선 담당직원은 “명확한 답변을 준비 중”이라고 해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아타 사프달 옥시 대표는 2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국 본사 CEO가 대신해 사과해 달라고 했다며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며 “전적으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현정 옥시 홍보부장은 본사에 책임을 묻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인가 물음에 “명확한 답변은 준비 중이다. 즉답을 줄 수가 없다”고 밝혔다.

5년 만에 첫 공식 사과를 한 옥시의 해명인데, 진정성이 결여됐다는 평가다.

최승운 가습기피해자유가족연대 대표는 “면피용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지난 5년간 사과 요구를 외면하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이 시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하는 것을 (우리는) 거부한다”고 토로했다.

사프달 대표가 기자회견문을 읽어내려 가는 동안 최 대표가 난입해 항의하자 “아임 쏘리. 아임 리얼리 쏘리. 아이 어팔러자이즈…(I'm sorry. I'm realy sorry. I appolozige…)”란 말을 연발하며 거듭 사과했다.

유가족들은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을) 뉴스로 봤다. 왜 우리 피해자에게 알려주지 않았나”며 “기자한테 사과하지 말고 피해자한테 사과하라”고 울부짖었다.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그룹에 기자회견 정보를 줬다”며 “피해자 그룹이 공유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기자회견장은 피해자유가족의 고함과 비명, 울음 소리에 잠시 아수라장이 됐다.

유가족들은 “잠시 왔다가는 사람과 얘기 안 하겠다”고 하자 사프달 대표는 “피해자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기 전까지는 한국법인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프달 대표는 “(피해상태가 심한) 1등급, 2등급 피해자에게는 보상안을 따로 마련하고, 이외의 피해자(폐손상을 입은 피해자)에게는 지난 2014년 출연한 50억에 추가로 50억원을 더해 총 100억원의 기금을 가지고 인도적 기금으로 쓰겠다”고 밝혔다.

보상금액과 관련해서는 “패널을 구성해 금액을 정하겠다”며 “7월중 패널을 구성해 피해자 의견을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의 1·2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현황 조사 결과, 조사 대상자 503명 중 살균제로 인한 피해가 거의 확실(1등급)하거나 가능성이 큰(2등급) 피해자는 모두 221명이다. 또 옥시 제품과 타제품을 함께 사용한 사람은 404명(80.3%)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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